[기자수첩]취업 재수 권유하는 '장그래 양산법'

박계현 기자
2015.01.07 06:00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노동계·야당·청년단체 등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35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교육·견습기간에 들어가는 기업 측 부담이 줄어들 뿐 4년 뒤에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 지적한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비정규직 장그래를 줄이기는커녕 늘릴 것이라며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대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청년 취업자들의 고용상태변동 및 직장이동 실태'에 따르면 청년층 10명 중 4명은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지만 나머지 6명 중 2명은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나머지 4명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첫 직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10명 중 4명은 다른 유형보다 상용직 비율이 가장 높았고 대기업에 종사할 가능성도 높았으며 평균 임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개정안에 찬성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 직장에서 35세 이상 계약직들이 갈 곳 없이 내몰리는 걸 직접 지켜본 동료들이다. 한 대기업 근로자는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 계약직 직원이 계약 만료 시점까지 이직도 못하고 나가는 걸 지켜보니 안타까웠다"며 "설마 기업에서 정규직 안 뽑으려고 나이 많은 사람 구해서 쓰겠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직장동료의 동정 어린 시선은 정부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35세 이상 계약직 동료는 2년간 유예기간은 줄 수 있지만 2년 뒤에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사람은 아닌 것이다.

지금같은 정부안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발표 될 때마다 우리사회에선 '어떤 첫 직장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말은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용직과 임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첫 직장의 안락한 의자를 아예 구경도 못했거나, 더 나은 의자를 찾아나선 사회초년생들 6명의 인생이 바뀔 기회는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 재수, 삼수에 나서며 더 좋은 직장에 목을 매는 대학생들을 무조건 `눈만 높다`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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