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떠나는 팹리스 창업자들...남는 아쉬움

강경래 기자
2015.05.01 07:00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들은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져버린다."

창업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계의 현실에 대해 한 팹리스업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주 또 한명의 창업자가 자신의 손으로 일궈낸 회사를 팔았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인피델릭스의 창업자인 안승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안 대표는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회사 지분 15.88%를 중국 동심반도체 유한공사에 매각키로 계약했다.

조건은 나쁘지 않다. 매각가격은 계약이 체결된 이달 22일 종가(2160원)보다 35% 정도 높은 주당 2924원(총 84억8000만원)이다. 또한 동신반도체는 유상증자에도 참여, 42억원의 자금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중국 업체로 주인이 바뀌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은 지난해 두 팹리스업체 창업자의 퇴장과 오버랩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이미지센서 업체인 실리콘화일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창업자 이도영 전 대표는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오디오반도체 업체 네오피델리티 역시 창업자인 이덕수 전 대표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두 기업 모두 해당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설계만 전문으로 한다.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그동안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제품 개발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코스닥 등 증시 진출도 잇따랐다.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의 매출액은 한때 2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한정된 반도체 제품군 및 거래처 등으로 인한 성장한계에 부딪히면서 대다수 팹리스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국내 팹리스의 대표주자였던 엠텍비젼은 결국 증시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팹리스업체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도 미미한 실정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창업자의 지분매각을 삐딱하게 바라볼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퀄컴'을 꿈꿨던 팹리스업체 창업자들이 잇따라 회사를 매각하고, 떠나는 상황은 못내 씁쓸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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