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병역특례까지?...'무리수' 창업대책

김하늬 기자
2015.05.13 06:00

중소기업청이 벤처창업 활성화 대책으로 병역특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논란이 예고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벤처 창업자까지 확대, 우수 인력의 창업을 적극 유도하자는 것이다.

1992년 도입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대학이나 국공립연구기관, 정부 출연연구원 등 정부가 지정한 연구기관에서 36개월간 근무하면 군복무를 면제해준다.

지난달 중기청은 오는 6월 발표할 범정부차원의 벤처창업 활성화 대책을 위한 실무회의에 이 같은 방안을 올렸다. 우리사회에서 병역특례라는 단어의 민감성과 폭발성을 의식한 듯 중기청 관계자는 “연구원뿐 아니라 창업자에도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수년전부터 꾸준히 논의됐던 사안”이라며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창업자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논의선상에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창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벤처업계에서도 병역특례 확대는 정부 주도의 '벤처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한 과도한 혜택일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사실상 병역 회피를 위한 ‘도피성 창업’이 줄을 이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창업 자금지원, 마케팅 지원, 연계투자까지 앞장 선 데 이어 이제 병역 혜택까지 주겠다는 것은 창업자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렇게 되면 벤처창업도 석사 학위를 따고 창업도 가능한 '있는 집' 자식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 인력을 활용한 국가산업의 육성과 발전이라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도입취지마저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대학원생은 "현재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되면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3년간은 창업 활동을 할 수 없다"며 "제도가 바뀌면 다들 '내 사업'을 시작하려하지 누가 정부 과제 연구를 맡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기청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검토중”이라며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정말 유념해야할 부분은 병역특례에 대한 병무청이나 군필자들의 거센 반발이 아니다. 어렵게 도래한 제2의 벤처창업 붐을 살리기 위해선 창업자 양산이 아니라 벤처정신으로 넘쳐나는 자생적 벤처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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