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원님들, 본질은 '정쟁'이 아니죠

김하늬 기자
2015.10.14 03:30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아 직원을 채용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철퇴'를 맞았다.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청탁에 중진공은 서류를 수정하는 무리수까지 두며 직원을 채용했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은 증인으로 출석, 인사청탁을 받았음을 밝혔다. 김 전 부이사장은 "내가 공개함으로써 (중진공이) 외부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정치인의 인사청탁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진공 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법무공단에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았다. 새정치연합의 또 다른 의원은 딸을 한 대기업 계열사에 채용할 수 있도록 요청한 의혹을 받았다.

이를 단순히 부패한 정치인과 공공기관의 합작품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특히 중진공과 같은 기금형 준정부기관들은 청탁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소위 '갑을' 관계의 병폐를 안고 있다.

중진공 같은 기금형 준정부기관은 주로 정부의 세금(기금)을 위탁받아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기관의 '목숨줄'인 예산과 인력은 대부분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결정한다. 해당 공공기관은 이들에겐 '을'이나 '병'일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와 공공기관 평가 결과가 한 해 기관의 성적을 좌우하고 이듬해 임금인상률과 인센티브 규모를 확정하기 때문이다. 기금형 기관들이 정치인과 외부 공무원들의 '한 마디'에 옴짝달싹 못한 채 '청탁'을 거부하기 힘든 이유다.

중진공은 지난해 감사원 지적을 토대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는 서류전형의 심사를 외부업체에 맡겼다. 차제에 외부 전문가가 채용의 전 과정에 참여하거나 청탁이 적발되면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등 외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도입해야한다. 정작 이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인사청탁 문제가 '정쟁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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