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 마션과 창의성 면접

박계현 기자
2015.11.03 03:30

평균 표면온도 영하 63도(℃), 평균 기압은 0.6킬로파스칼(kPa)로 지구 대기의 200분의 1, 중력은 지구 3분의 1. 화성에 간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에게 주어진 생존조건이다. 그에겐 300일분의 우주식량이 남아있고 지구에서 화성까지 추가 식량을 조달받기 위해선 최소 450일 이상이 걸린다.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매뉴얼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감자를 재배하고 거주용 막사와 이동수단인 로버를 개조해 화성 땅을 누비는 최초의 '화성인'이 되는 길을 택한다.

원작소설 속 마크 와트니의 정신과 상담의는 그에 대해 "임기응변에 강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며, 어떤 사회 집단에서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해당 집단의 성과를 높여주는 '촉매'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실제로 그는 이런 성격을 무기로 삼아 극한환경인 화성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와 소설에서 이 우주인의 활약상을 지켜보다 보면 최근 대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바로 이런 인물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에서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창의성'이다. 구직자들은 면접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경험을 말해보라', '좀 더 독특한 방법을 얘기해보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보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삼성 그룹은 아예 올해 하반기부터 '창의성면접' 전형을 도입했고, 하나은행은 합숙 논술 주제로 '금융업에 왜 창의성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내기도 했다. 일부 지원자들은 "면접관들은 회사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어떤 성과를 창출했는지 거꾸로 묻고 싶을 정도"라며 고충을 토로한다.

왜 기업들은 갑자기 '창의성'을 부르짖기 시작한 걸까. 한 대기업 임원은 "앞으로 우리 기업이 나아갈 방향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 영역"이라며 "정답을 맞추는데만 능하고 정답이 아니면 불안해하는 인재는 더 이상 뽑지 않겠다"고 말한다.

미래에 정답은 없다. 지금 기업들은 새로운 길을 낼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찾고 있다. 구직자들에겐 이 땅의 취업환경이 화성의 생존조건과 다를 바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