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비오이가 한국기업?

강경래 기자
2015.11.13 03:30

"중국 비오이(BOE)가 한국 기업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기자와 최근 만난 국내 한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관계자는 "비오이에서 구매담당자를 비롯해 엔지니어 등 7~8명이 회사를 방문할 때면 절반 이상인 4∼5명이 한국인"이라며 "호의적인 면 등에서는 오히려 국내 대기업들보다 낫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오이뿐 아니라 차이나스타(CSOT) 등 다른 중국 업체 관계자들이 회사를 방문할 때도 한국인들이 절반"이라고 덧붙였다. 비오이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글로벌 순위로는 삼성과 LG 등에 이어 업계 5위에 올라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장비기업들엔 단기적으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국내 장비기업들은 중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애를 먹었다.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견줄만하지만 일본과 미국 경쟁사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서였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과 LG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장비기업들 역시 후방에서 이들 업체를 적극 지원하면서 동반 성장해왔다. 특히 삼성과 LG 출신 인력들이 중국 업체들에 유입되면서 한국산 장비 신뢰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그 덕에 올해 중국이 활발하게 설비투자에 나서고, 국내 장비기업들의 수주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부메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과 LG가 최근 몇 년 동안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 주춤한 사이, 비오이와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들은 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오이 등 중국 업체 4곳이 향후 3년 동안 무려 250억달러(약 28조원)를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방산업 기반이 약해질 경우 장비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면에서 한국인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차후 뼈아픈 대목이 될 수도 있다.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이 다시금 엔지니어 등 인재의 가치에 대해 돌아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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