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황일수록 잘 팔리는 고가 외산 가전

박계현 기자
2016.03.23 06:00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직구한 제품 중 하나는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청소기다. 국내에선 80만원대인 다이슨 청소기 'DC 62'는 미국 아마존에선 439달러(한화 약 48만원)에 판매된다. 발빠른 소비자들이 직구에 나선 이유다.

다이슨 제품은 경쟁제품들과 차별화되는 편의성과 디자인으로 국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선 유독 고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다이슨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린다. 다이슨의 국내 수입원인 코스모앤컴퍼니는 지난해 다이슨 청소기 16만여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목표치를 35만대로 높여 잡았다. 불황기라고는 하지만 최근 국내 가전 시장에선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을 그대로 반영한다. 다이슨뿐 아니라 스메그(이탈리아), 발뮤다(일본), 블루에어(스웨덴) 등 다른 고가 외산가전들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싼 가격이 꼭 가격 만큼의 품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총 19종의 진공청소기의 흡입력·소음 등 성능을 비교한 결과 성능 차이에 비해 가격차(최대 8배)가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데는 비싼 제품을 소비하는 데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심리인 '베블런 효과'가 일부 작용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뛰어난 제품력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지만 대다수 수입 가전업체들은 국내에서 직접 고용을 하는 기업은 아니다. 기업활동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실적이 좋은 외산 가전업체들을 무작정 부러워만 하기에는 국내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제품들이 많다.

다만 이들에겐 설계부터 생산, 판로 개척, 초기 투자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마케팅비라는 실탄도 부족한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삼성·LG 같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과 경쟁해야한다.

그나마 최근들어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방식의 제품구매방식이 주목을 받으며 확산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격만이 아니라 구매방식에서도 편견을 부수고, 남들과 차별화된 소비기준을 찾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