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2014년 1761만명), ‘국제시장’(2014년 1426만명), ‘베테랑’(2015년 1341만명), ‘암살’(2015년 1270만명), ‘부산행’(2016년 1156만명). 최근 3년간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한 한국영화들이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중흥기다. 2014년 2편, 2015년 2편에 이어 올해도 ‘부산행'이 1000만명을 너끈히 넘어섰다. 1000만명은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꼴로 봐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최초로 1000만명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2003년 ‘실미도’다. 이전까지 한국영화산업에 1000만명 관객은 말그대로 ‘꿈의 고지’였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 헐리우드 영화의 공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여만에 한국영화산업은 1000만 영화를 연간 한 두편씩 꾸준히 탄생시키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볼리우드를 보유한 인도와 함께 전세계에서 유이하게 헐리우드와 ‘맞짱’을 뜨는 영화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도대체 한국영화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산업 내적으론 스크린 독점, 시장양극화 등 일부 논란이 존재하지만, 1000만 영화는 어쨌든 한국영화의 현재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다. 산업분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국영화 성공의 원동력으로 정부의 투자지원을 꼽는다. 특히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앞장서 마중물 투자에 나서고 민간자본을 육성해 질적 양적 성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
“오늘날 1000만 영화가 잇따라 등장하는 등 한국영화 산업이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를 뒤에서 지원해줄 많은 투자들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정 준 벤처기업협회장)
첫 1000만 영화인 실미도의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는 82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작 영화의 제작비는 200억원대에 달한다. 명량을 비롯해 암살, 국제시장 등의 순제작비는 180억원 수준이었다.
이처럼 늘어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영화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화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한 주역이 바로 정부의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다. 모태펀드는 문화계정만으로도 한국영화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2013년 85편에 1118억원을, 2014년 100편에 1276억원을 투자했다. 2015년에도 11월 기준으로 74편에 896억원을 투입했다. 물론 ‘명량’(66억원), ‘국제시장’(55억원), ‘암살’(73억원) 등 1000만 영화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상업영화에 대한 모태펀드 투자의 적정성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역으로 이제 정부 투자지원의 필요성을 따져볼 정도로 한국영화 산업이 일정궤도에 올라섰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요즘 영화산업 못지않게 호시절을 맞이한 곳이 바로 벤처분야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2000년대초 벤처붐이 재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신규조성 벤처펀드 금액은 무려 1조6682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9488억원이었다. 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지난해(2조858억원)에 이어 올해도 연간 2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몰리다보니 벤처기업수도 3만개를 돌파했다. 7월 기준 벤처기업수는 3만2095개에 달한다.
이 정도면 2000년대초 이후 사그라졌던 벤처붐의 불씨가 확실히 되살아난 셈이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좀더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확실히 불을 붙여야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최근 ‘게이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사실상 정권 마지막해인 내년엔 더 급속도로 정부 정책의 추동력이 떨어질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애써 되살린 벤처붐의 불씨가 타오르지 못하고 다시 사그라들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되는 이유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벤처붐의 불씨를 꺼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한다. 전임 정권이 마뜩잖든, 창조경제가 싫든 말이다. 그래야 벤처분야에서도 1000만 영화에 상응하는 걸출한 스타기업 탄생의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