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R&D(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7900억원에 육박하는 ‘민관공동투자R&D협력펀드’(이하 민관공동R&D펀드)를 조성하고 실제 집행은 절반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설정기간이 만료되는 18개 개별 펀드 중 10개가 부진한 집행률을 기록하며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민관공동R&D펀드는 66개로 누적 결성금액은 7890억원에 달한다. 민관공동R&D펀드는 중소기업의 R&D와 판로확대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조성됐다. 펀드는 ‘콜(call) 방식’으로 운용된다. 중기부와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등이 투자협약을 한 뒤 중소기업의 R&D과제가 선정되면 추후 출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집행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실제 민관공동R&D펀드가 2008년 조성된 후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R&D과제에 집행한 금액은 3778억원으로 집행률이 47.9%에 그친다. 개별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올해 설정기간이 만료되는 펀드는 18개인데 이중 집행이 100% 완료된 펀드는 엠씨넥스, 필옵틱스 등 중견기업이 조성한 10억~20억원대 소규모펀드 8개뿐이다. 나머지 삼성전기(500억원) SK텔레콤(300억원) 삼성전자(200억원) 등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펀드들은 집행률이 50~60% 수준에 머문다. 특히 2008년 조성된 포스코의 ‘중소기업지원R&D협력펀드’(1100억원)는 집행률이 30%대에 불과했다.
내년엔 네이버(100억원) 삼성SDI(100억원) 등이 참여한 25개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들 펀드 역시 집행실적이 부진하다. 민관공동R&D펀드에 참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R&D과제 선정이 완료돼야 자금을 출연할 수 있는데 정부의 사업공고 방식으로 진행해 결정과정이 길어져 한 해 많아야 두 번 선정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R&D과제 선정은 정부의 일반적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공고를 낸 후 서면평가, 현장평가, 대면평가 등으로 진행된다. 공고부터 최종 결정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린다. 급변하는 기술개발시장 변화에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까다로운 과제선정 및 출자기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이 펀드는 △중소기업 R&D △성과공유제 △상생서포터즈(해외진출) △인력개발 △에너지절약 등 대기업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으로 출자가 제한돼 있다. 출자기한도 2년으로 한정돼 있다.
민관공동R&D펀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자 중기부는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중소기업의 R&D과제 선정방식을 민간 주도로 바꾸고 출자기준도 최대 2년, 10억원에서 최대 4년, 15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관공동R&D펀드의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운영방식부터 과제선정 기준까지 수정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