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기술권리 분쟁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한두 건 상담을 하다 보니 ‘이건 정말 너무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중소기업들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호법무지원단으로 활동 중인 손보인 변호사(40·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술권리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2012년부터 중소기업 기술권리 관련 100여건의 상담, 30여건의 변호를 맡아온 자칭타칭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호천사’다.
손 변호사는 전자공학부 학사·석사를 밟은 전형적인 공학도 출신이다. 기술권리보다 기술 자체에 관심이 많은 시절이었다. 대학원을 마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대기업이 자신의 기술·제품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목격했다. 변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때다. 그는 2년여의 대기업 생활을 정리하고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가 됐다.
공공분야에 발을 들인 것은 2012년 특허청이 운영하는 공익변리사특허상담센터에 입사하면서다. 그는 “기술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기업과 사장님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중소기업과 인연을 맺은 손 변호사는 2015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보호상담센터를 거쳐 올해부터는 중기부 기술보호법무지원단에서 일한다.
“처음부터 약한 기업을 보호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닙니다. 대형 로펌이나 고액연봉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죠. 그냥 개발자(기술자) 출신으로 개발자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부딪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손 변호사는 보람 있던 사건을 묻자 선박수리장비를 중공업 대기업에 납품하던 중소기업 대표를 떠올렸다. 장기간 납품관계였지만 원청 대기업이 어느 순간 똑같은 장비를 다른 하청업체에 저가발주하면서 의뢰인의 기업은 수주가 끊겼다. 의뢰인의 기업은 도산 직전의 위기상황이었다.
의뢰인은 법률분쟁 끝에 다시 납품을 받아주는 수준에서 원청 대기업과 합의했다.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순 없었지만 의뢰인은 납품을 이어가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손 변호사는 “얼마 전에도 이 회사 사장님과 만났다”며 “좀 뻔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의뢰인이 저를 만나 위기를 극복하고 몇 년 뒤에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자고 부르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없다”고 웃었다.
손 변호사의 꿈은 중소기업 기술 관련 변리부터 분쟁상담까지 모든 서비스를 총괄하는 로펌을 차리는 일이다. 그는 “물론 막연한 목표여서 이뤄질지는 잘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개발자가 자기 기술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신념만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에 차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