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우차 시절 함께 근무한 6명이 5000만원을 모아 월세 10만원짜리 공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6일 인천광역시청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 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서정진 회장이 2030년까지 앞으로 12년간 40조원을 투자하는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전략에는 셀트리온을 일으키고 지탱해온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무후무 100만리터 바이오의약품 설비투자= 40조원의 63%에 해당하는 25조원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집중됐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로서 본업에 우선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이 돈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고루 쓰인다. 서 회장은 2030년까지 10개 의약품을 새로 낼 것으로 기대하며 연구개발(R&D)에만 20조원 가량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영업이익의 40% 정도를 투자했는데 2030년까지 영업이익의 40%를 잡으면 약 32조원쯤 된다"며 "20조원은 R&D에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설비 투자는 글로벌 바이오 역사상 최대규모로 이뤄진다. 모두 100만리터 가까이 갖출 계획인데 국내 기존 19만리터 바이오의약품 공장에 △20만리터 시설을 더 짓고 △중국에 20만리터 △국내외에 40만리터 공장까지 모두 100만리터급 시설을 만든다.
100만리터 바이오의약품 투자가 실현되면 셀트리온은 전무후무한 시설을 갖춘 기업이 된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 36만리터 설비다. 론자(26만리터)나 베링거인겔하임(24만리터) 같은 글로벌 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규모다.
15조원은 케미컬의약품(5조원), 원격의료·인공지능(AI) 같은 U-헬스케어(10조원)에 투자된다. 사업 다각화와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두루 갖추겠다는 의도다.
2030년 어떤 결실을 가져다줄까. 서 회장은 따라 잡기 위한 목표점으로 다국적 기업 화이자를 설정했다. 그는 "화이자 매출액이 55조원, 이익이 16조원인데 2030년쯤 되면 매출액(30조원 목표)은 몰라도 이익은 화이자 수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은 비메모리, 나는 바이오에 도전장"= 서 회장은 이번 투자를 미래 세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국가 미래 성장동력이면서 미래 세대의 일자리와 생계를 책임질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 같은 사명감을 최근 발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33조원 비메모리 투자에 빚대 설명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이 부회장이 133조원을 투자하며 비메모리에 도전장을 던졌다면 나는 바이오에 도전장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모험과도 같은 막대한 현금투자에 두려움이 있을 법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 회장은 "기업이 현금 쌓아놓는 건 기회상실"이라며 "리스크 없는 투자는 그저 '장사'에 불과하다. 사업은 갬블(도박)과 같아서 리스크 없는 건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