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에 이어신라젠의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능력을 의심하며 ‘바이오 거품론’ ‘바이오 사기론’까지 제기한다.
신라젠은 지난 4일 긴급 간담회에서 “복잡한 미로를 걷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신약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보물질 확보부터 출시까지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성공률도 58.1%에 그친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도 절반가량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허가 당국으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최종 허가를 획득하는 과정도 만만찮다. 신라젠은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펙사벡’ 간암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기 전까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FDA의 지시대로 무용성 평가를 진행했고, 중단 권고를 받고 하루가 지나서야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다.
신약 개발은 이처럼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월등히 높다. 규모도 작고, 경험도 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업체가 넘어질 가능성이 큰 것은 당연하다. 임상에 실패했다고 그 회사를, 나아가 바이오 업계 전체를 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날 간담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간담회에서 한 주주는 “간암으로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치료제 부작용으로 괴로워하셨지만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며 “이 때문에 펙사벡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새로운 약을 기다리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좋은 약을 내놓기까지 무수히 많은 미로에서 헤맸다. 지금은 국내 바이오 업계가 이 미로 풀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