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을 방문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2명 발생했다. 국내 신종코로나 환자 중 우한시 외 지역에서 감염된 사례는 처음이다. 정부는 그러나 입국제한 지역을 중국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지 않고 있다. 춘절이 끝나고 대이동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와 시흥시에 따르면 전날 신종코로나 환자 3명이 추가 확인됐다. 25번 환자는 경기 시흥시 매화동에 사는 73세 한국인 여성으로 전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어 25번 환자와 함께 사는 아들(51세 남성, 한국인)과 며느리(37세 여성, 중국인)도 같은 날 오후 확진 판정을 받아 각각 26번과 27번 환자가 됐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27번 환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중대본은 며느리가 발병한 뒤 가족 내 전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6번과 27번 환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광둥성에 체류했고, 올해 1월31일 마카오를 거쳐 입국했다. 두 사람은 후베이성 우한시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방문력이 있는 국내 환자 중 우한시 외 지역에서 감염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전역으로 신종코로나가 확산하면서 후베이성 외 지역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국내로 유입된 것이다.
26번과 27번 환자가 머물렀던 중국 광둥성은 신종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후베이성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지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환자 수는 후베이성 2만7100명, 광둥성 1120명, 저장성 1075명, 허난성 1033명 순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중국 후베이성 외 지역 환자가 국내 유입될 것을 우려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번 환자가 나온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이후 이달 2일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의협과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등은 입국제한 조치를 중국으로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감염학회 측은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한다"며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 춘절이 끝나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중국 내 감염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대본도 앞으로 1~2주간 우한시 외 중국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 가능성을 주목하며 방역조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입국제한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보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내 다른 위험 지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나고 열린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이 줄고 있다"며 "좀 더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당장 입국제한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당장 명시적인 입국제한 조치 등이 시행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키로 했다"며 "(중국에서의) 입국자 수가 1만3000명에서 5000명으로 줄고 있는 상황과, 중국 내 환자가 최근 며칠 동안 감소하면서 특히 '속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지역별로 분석을 해보자'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차관은 "춘절 동안 제한됐던 이동이 본격화됨으로써 추가적인 확산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