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추천 사외이사 "배당 확대하라"..흔들리는 금융지주 건전성

주주추천 사외이사 "배당 확대하라"..흔들리는 금융지주 건전성

권화순 기자
2026.03.15 08:00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그래픽=이지혜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참호 구축'을 막기 위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주권 확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배당 확대와 단기 실적주의를 통한 주가 부양을 강하게 요구하면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포용금융과 지역 사회공헌 등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BNK금융지주가 이번 주총에서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종전 1명에서 4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주총 안건이 통과되면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7명 중 4명으로 과반을 넘는다. 이 가운데 지분 4% 가량을 보유 중인 행동주의펀드 라이프자산운용은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J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주주 추천인데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파트너스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2명이다. 과점주주들로 구성된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이 주주 추천으로 구성됐으며 나머지 3명도 이사회 추천을 받아 선임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참호'를 구축한다"고 비판한 이후 경영진 견제를 위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더 확대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BNK금융의 사외이사 구성이 대거 바뀐 배경이다.

하지만 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주요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해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율 제고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BNK금융의 경우 라이프운용이 "주주환원율이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기준으로 사외이사에 자사주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얼라인 파트너스가 DB손해보험에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라"고 압박했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를 원하는 경영진에 맞서 사외이사들이 신규 투자, 지역사회 공헌, 자본 건전성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며 "일부러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는 사외이사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이사회에서 주주환원율을 높이자는 목소리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금융지주 주주환원율과 보통주 자본비율/그래픽=이지혜
주요 금융지주 주주환원율과 보통주 자본비율/그래픽=이지혜

JB금융이나 BNK금융은 지역 대표 대기업으로서 그간 포용금융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주주권 확대 목소리가 커지면 이런 역할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장기사업인 보험업 특성상 주주환원율 제고 못지 않게 계약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이 5%도 되지 않는 일부 주주의 목소리만 이사회에서 지나치게 반영될 여지가 있다"며 "상생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 스탠스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보통주 자본비율 13%를 기준으로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데 앞으로 이 기준을 재설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당국에서도 나온다. 금융지주사별로 위기 상황에 따른 자본력이 다른데도 획일적으로 13%를 적용하는 것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주권 확대로 배당확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연내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은 금리, 환율, 성장률 등 위기상황을 가정해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고 은행별로 필요한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당초 2024년 도입을 검토했으나 고환율과 비상계엄 등으로 수 차례 연기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본비율 규제 수준이 회사별로 최대 2.5%포인트(P)까지 차등 적용된다. 금융당국이 2024년에 실시한 실태평가 결과, 지방 금융지주는 2.5%포인트 가까이 규제 자본비율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실태평가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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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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