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K유니콘 잡아라" 글로벌 투자자, 초기기업에도 '뭉칫돈'

이민하 기자
2021.11.07 09:00

[MT리포트-K스타트업 르네상스②]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외국자본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데 이어 올해에만 4개의 K-유니콘이 탄생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진 모습이다. 될성부른 초기 스타트업에도 뭉칫돈이 몰리는가 하면 아예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설립하는 해외 벤처캐피탈도 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K스타트업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른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중후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 반면 최근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하이퍼커넥트(아자르) 등 토종 스타트업이 연이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성공하자 '될 성 부른' 떡잎 발굴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7일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업체인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은 국내 147개 스타트업에 모두 4조956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 8718억원(128개)보다 5.7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시드(Seed)부터 시리즈A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 투자도 1506억원으로 이미 전년(1419억원) 규모를 앞질렀다.

가장 많은 외국계 투자를 유치한 곳은 온라인 숙박 플랫폼 야놀자다.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 많은 초대형 투자다. 인공지능(AI) 외국어 교육 플랫폼 뤼이드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97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외에도 헬스·다이어트 플래폼 눔, 식자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마켓컬리, 중고거래 이커머스 당근마켓 등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외국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외국계 VC들은 초기 스타트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모습이다. 최근 투자를 받은 곳들도 부동산·패션·여행·헬스케어·생활용품·전자상거래 등 다양하다.

실제로 반값중개료 부동산 중개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다윈중개'와 실버테크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각각 30억원(프리 시리즈A), 110억원(시리즈A)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다윈중개는 집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 0원, 집 구할 때 중개수수료 반값이라는 방침으로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운영한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재가요양 산업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방문요양센터의 수기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요양 보호사 구인구직 알림 서비스를 개발, 싱가포르 소재 가디언펀드에서도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VC들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스트롱벤처스는 올해 영양제분석 플랫폼 '필라이즈'(시드)와 미용·생활용품 스타트업 '심플리오'(시리즈A), 온라인 의류생산 솔루션 '팩토리유니콘'(시리즈A) 등에 투자했다.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트립'(시드)와 메이크업 콘텐츠 기반 쇼핑플랫폼 '발라'(시드)는 굿워터캐피털에서 투자를 유치한 기대주다. 굿워터캐피탈은 페이스북, 트위터, 스포티파이 등에 투자한 VC다. 국내 스타트업에는 쿠팡, 토스, 당근마켓 등에 투자했다.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털 대표는 "최근 쿠팡 등 성공적인 투자사례들이 나오면서 한국 시장과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기 단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선 외국계 투자가 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국계 VC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선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옮겨가는 '플립(Flip)'이나 외국자본 종속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 유니콘의 대부분은 외국계 자본이 주요주주인 상황이다.

한 국내 중견 VC 임원은 "외국계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투자사들도 펀드 규모나 투자전략 면에서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초기 스타트업 발굴 능력이 뛰어나거나 대규모 자금조달력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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