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청년창업 지원사업

이민하 기자
2021.12.27 17:39

"그냥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예요." 최근 만난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정부의 '창업중심대학'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창업중심대학은 투입예산만 450억원에 달하는 큰 사업이지만 정작 대학가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운영방침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창업중심대학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청년창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신사업이다. 내년 초까지 전국 대학을 수도권·충청권·호남권·강원권·대경권·동남권 6개 권역으로 나눠 청년창업 지원의 거점역할을 할 대학을 1곳씩 선정한다. 선정된 6개 대학에는 기존 창업성장 단계별 '예비·초기·도약패키지'를 총괄하는 창업사업화지원 주관기관 자격을 부여한다. 자격은 최대 5년 동안 보장한다. 대학당 지원예산도 창업기업 사업화자금 60억원, 운영비 15억원 총 75억원을 몰아준다. 다른 창업지원사업 참여 시 우대자격까지 추가 부여한다.

전폭적인 지원계획에도 대학가의 시선이 차가운 데는 이유가 있다. 선정된 6개 학교에만 예산을 '몰빵'하는 지원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창업중심대학사업 예산 450억원은 대부분 기존 창업지원사업 예산에서 마련됐다. 그만큼 해당 사업의 예산은 줄었다. 결과적으로 총액은 같은 셈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불만이 생긴다.

권역별 1곳씩 지정하는 선정방식을 지켜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형식적인 지역안배에 치중하면서 오히려 또다른 불균형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는 창업지원체계를 잘 갖춘 대학이 집중됐다. 반면 다른 권역에는 상대적으로 창업교육·인프라 등이 부족한 편이다. 거점대학 지위를 놓고 수도권 대학들의 경쟁은 과열되고 다른 권역은 소수 몇몇 대학이 독점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장기적 운영방침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음 연도 사업을 추진하는 부분이나 권역·대학 추가 선정과 해제 등 세부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겪을 시행착오의 피해는 결국 대학과 청년들이 떠안게 된다. 청년창업 거점을 만든다는 취지에 걸맞은 명확한 운영방안 정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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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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