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협동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공장의 안전인증 의무를 완화한다. 인증 비용·절차 부담을 없애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 스마트화를 촉진하고 협동로봇의 판로도 확대하기 위해서다. 대신 정부는 협동로봇 도입 공장이 갖춰야 할 안전수칙을 배포해 기업들이 준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공장 등 산업현장의 협동로봇 도입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에 나섰다.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제조사와 사용자(설치공장)가 각각 안전인증을 받도록 한 현행 방식 대신 최소 기준을 마련해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현장에 도입되는 협동로봇은 작업자에게 물건을 건네주거나 작업자와 함께 조립하는 등 상호작용을 하는 로봇이다. 독립된 공간에서 홀로 작동하고 안전거리·울타리를 확보해야 하는 일반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다. 다만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223조는 산업현장 로봇에 일괄적으로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기준을 따르게 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적 안전기준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는 3년 전부터 로봇 제조사는 'KS B ISO10218-1' 인증을, 사용자는 'KS B ISO10218-2' 인증을 각각 받도록 했다. 그러나 로봇업계는 이중 사용자의 인증 의무가 비용·절차 부담, 주기적인 갱신 필요 등으로 스마트공정을 도입하려는 중소제조업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사람 옆에서 일하는 걸 전제로 개발돼 로봇 자체에 위험감지나 제동 관련 안전장치가 필수다. 제조사의 안전인증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제조사가 안전인증을 받았다면 어떤 공장에 도입되는지는 안전에 크게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 기업이 또다시 인증을 받는 것은 부담일 뿐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고용부는 규제 완화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협동로봇 도입 사업장의 안전을 입증하기 어려워 별도의 인증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사업장이 지켜야 할 안전기준을 마련·배포해 설치사업장이 이를 충족한다면 별도 인증은 필요없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 1분기 내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협동로봇 도입 공장이 지켜야 할 안전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다만 인증제도 자체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인증 수행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중대해재처벌법 등으로 안전의식이 강화된 만큼 사업주가 별도로 안전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인증제도 자체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국내 중소제조업의 협동로봇 도입과 스마트화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옴부즈만 관계자는 "협동로봇 인증 관련 기업들의 민원은 2018년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협동로봇은 용접, 조립 등 표준화된 공정 외에 표준화가 어려운 금속, 식음료, 뿌리산업 등 비정형화된 생산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고 설치비용 부담도 낮아 중소제조업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발판삼아 로봇제조사들의 글로벌 진출도 확산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5억9400만달러(7100억원)인 협동로봇 시장규모는 2026년 14억6400만달러(1조7500억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뿐 아니라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벤처·스타트업들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안방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기반이 다져지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