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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7일, 민간이 주도한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한 이후 "이제는 스페이스X처럼 민간과 함께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로호를 거쳐 누리호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은 세계 7번째 실용급 발사체 개발국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적 자립이라는 1단계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항공청도 빠르게 성장하는 상업 발사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가 주력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고, 민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도 민간 발사를 염두에 둔 인프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방향 전환이 선언처럼 곧바로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구조적 장벽이 적지 않다.
4일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상업 발사에서 핵심은 '한 번 쏠 때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실을 수 있느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관계자는 "여러 고객의 위성을 한 로켓에 함께 실어 비용을 나누는 '합승 발사(라이드셰어)'가 가능해야 하고, 위성마다 다른 크기와 무게, 요구 조건을 조율하면서도 발사 일정과 성공 확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애초부터 여러 고객의 위성을 한꺼번에 실어 보내는 상업 운송을 목표로 설계된 발사체는 아니다. 상업적 운용보다는 발사 성능 자체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다시 말해 독자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하고 실제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다양한 위성을 내부에 촘촘히 배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상업 발사 모델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고쳐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민간 기업이 설계를 조금만 변경해도 발사 허가와 책임 구조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사 허가는 특정 부품 구성과 설계를 전제로 부여되기 때문에 작은 수정이 가해지면 인증과 검증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역시 재정리해야 한다. 여기에 설계 도면의 기술 소유권과 부품 제작사 간 계약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금 손봐서 쓰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를 '한국형 발사체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경우 빠른 반복 시험, 설계 수정, 재도전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실패를 사고가 아니라 '학습 데이터'로 축적해 나아갔다"며 "발사 시스템과 책임 구조, 시험·인증 체계를 한 기업이 통합 운영하고, 반복 실험을 전제로 설계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는 한 재사용 발사체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2006년 첫 로켓 발사 이후 1단 추진체 회수 실패, 시험 비행 조기 종료 등 부분 실패까지 포함해 10회 안팎의 실패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재사용 발사체가 만약 실패할 경우 '세금이 투입된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정치적 책임론과 예산 축소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실패가 기술 축적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곧바로 정책 리스크로 전환되는 이런 구조에서는 수십 차례의 시험과 폭발을 전제로 하는 재사용 발사체 연구를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우주산업이 여전히 '프로젝트 단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1년에 1~2기 발사하는 구조에서는 반복 학습을 통한 기술 고도화도, 대량 발사를 통한 비용 절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 힘든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리호 상업화의 난점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며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 생태계를 대전환하겠다는 선언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발사체를 둘러싼 권한과 책임, 허가와 생태계의 틀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