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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좋은 기술을 끝까지 키워내지 못할까요. 연구성과는 충분히 축적됐지만 이를 시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히고 있습니다. 연구와 특허, 창업과 투자를 하나로 잇는 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윤기동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본부장은 연구자 창업 이야기가 나오자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공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이끄는 기술사업화 전문가로 딥테크 스타트업 발굴과 창업·투자전략을 총괄해왔다. 연구실 기술을 기업으로 연결하는 '벤처 스튜디오형 모델'을 추진하며,특허(IP) 사업화 구조개선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본 그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기술 하나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일부 있다"며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아이디어와 성능이 중요하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기술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딥테크 분야에서는 기술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제품 판매뿐 아니라 기술 라이선스를 통한 수익창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허는 단순한 등록 절차가 아니라 사업화 과정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특허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중심이던 특허 소송이 고성장 스타트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AI(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에서는 제품 출시와 동시에 분쟁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 본부장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특허의 중요성이 체감되지 않지만 매출이 발생하는 순간 특허 침해 소송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일 기술 중심의 특허 확보로는 한계가 있어 원천·응용 특허를 아우르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연구·사업화 구조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가장 먼저 '연구의 단절'을 지적했다. 국내 연구개발은 다수의 과제가 단기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제가 종료되면 연구도 함께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허는 하나의 기술에서 파생된 아이디어를 연속적으로 확장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연구가 끊기면 특허의 확장도 함께 멈춘다.
예산 구조 역시 제약 요인이다. 연구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특허 가능성이 발견되더라도 연구비는 초기 계획에 맞춰 집행해야 해 중간에 특허 비용을 확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유망한 아이디어가 특허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연구자 창업, 즉 스핀오프 과정에서도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정부가 기술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특허의 소유와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본부장은 "관련 법과 제도는 상당 부분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의 적용 방식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부족해 일부 연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향으로 특허 권리 구조의 정리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윤 본부장은 "하나의 기술에 연구기관, 연구자, 창업기업 등이 동시에 관여하는 구조에서는 투자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검토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권리 구조를 보다 명확히 정리하면 기업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기술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술지주회사의 역할 확대를 통해 구조적 병목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과 대학은 규정과 절차에 기반해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반면 기업과 투자자는 속도와 실행을 중시한다"며 "이 간극으로 인해 일부 기술은 사업화 과정에서 지연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술지주회사가 연구기관 및 기술이전 조직과 협력해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지주회사는 원천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된 이후에도 추가 특허 확보와 응용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원이 기술의 상품화와 사업화 성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시장 중심의 판단을 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그는 "특정 기술에 대한 자원 배분이나 시장성 기반 선택은 공공조직에서는 부담이 따를 수 있지만 기술지주회사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기술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기보다 시장성이 높은 기술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허를 묶은 라이선스 사업이나 산업별 '특허 풀'과 같은 모델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