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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존속 능력에 유의미한 의문이 든다'는 회계감사 평가를 받았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서 완전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인데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의 투자유치로 인해 발생한 회계적 착시라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자본총계 마이너스(-) 1조364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완전자본잠식은 기업의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자산이 1146억원이지만 부채가 1조479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감사를 진행한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퓨리오사AI는 2024년 첫 회계감사에서도 자본총계 마이너스 5379억원으로 같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전체 부채의 96.7%인 1조4300억원이 RCPS로 인한 부채로 집계되면서 '회계 착시'가 나타났다. RCPS는 투자자들이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이다. 국내 벤처투자의 70% 이상이 RCPS로 이뤄지고 있지만 상환 가능성 때문에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회계 기준에선 부채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 퓨리오사AI 관계자는 "RCPS 및 전환우선주가 부채로 분류돼 유동자산 규모를 초과했다"며 "그러나 1년 내 상환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시리즈A 라운드 등 초기에 투자받은 2058억원이 올해부터 상환 청구가 가능하지만 투자시장에서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가 당시보다 수 배 이상 증가해 상환권이 청구될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다.
추가 자금조달도 예정돼 있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현재 7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라운드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 투자유치를 종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RCPS는 손익계산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83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1521억원) 대비 약 6배 증가한 규모다. 이 중 93%인 7710억원은 '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 평가손실' 항목에서 발생했다. RCPS 부채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평가손실이 735억원에서 771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RCPS의 부채 가치를 매년 재평가하는데, 퓨리오사AI가 지난해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증가해 RCPS 평가액이 한꺼번에 치솟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CPS를 부채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을 바꾸는 건 어렵다. 다만 업계에선 RCPS로 인한 회계상 착시가 자칫 스타트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퓨리오사AI는 지난해 매출 5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93.4% 늘어난 규모다. 영업손실은 624억8000만원으로 전년(772억8000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R&D 비용(경상연구개발비)은 563억원에서 362억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