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의 자회사 설립방식 투자인 '컴퍼니빌딩'(벤처스튜디오)을 허용해놓고 최근 컴퍼니빌딩에 나선 AC들을 무더기 징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완화 전 컴퍼니빌딩에 나선 데 대한 제재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와이앤아처, 인포뱅크, 시리즈벤처스, 선보엔젤파트너스 4개 AC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경영지배목적 투자' 금지위반으로 경고 또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은 AC가 다른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취득해 경영·지배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하지만 AC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 인재를 영입하고 사업을 고도화하는 등 경영 전반을 함께하는 컴퍼니빌딩 방식의 창업이 글로벌 창업생태계의 혁신모델로 부상하자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7월 시행령을 개정해 투자기간 관련 규정만 지키면 스타트업을 경영·지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중기부는 이번에 적발된 4곳이 시행령 개정 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경영지배목적의 투자를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행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컴퍼니빌딩은 중기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장려해온 방식이어서다. 실제 중기부는 창업오디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홍보하면서도 발굴된 창업가들을 컴퍼니빌딩 방식으로 보육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기부가 제재를 통해 6개월 내 지분처분 등 시정을 명령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는 시행령 개정으로 컴퍼니빌딩이 허용된 상태인데 굳이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C 대표는 "시정명령에 따라 지분을 처분하자마자 다시 매입하면 적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작 시행령 개정 전에는 제재하지 않다가 시행령 개정 후 제재에 나서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전 점검에서는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등록 후 3년이 경과한 AC들을 임의로 선별해 규정 위반사항을 점검하는데 시행령 개정 전에는 이들이 점검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컴퍼니빌딩 허용은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벤처투자 생태계의 대표적 규제완화 중 하나"라며 "정부가 컴퍼니빌딩을 장려한다고 홍보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컴퍼니빌딩을 찾아 징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