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재 대체한다지만…스타트업들, 'C레벨 수혈' 나선 이유는

최태범 기자
2026.06.13 14:00

[빅트렌드]스타트업들, 검증된 기업 성장 방식 이식하는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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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확산으로 수많은 직군이 자동화 대상에 오르고 있지만, 조직의 방향을 정하는 핵심 요직에 대한 인재 영입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누가 실행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올해 들어 글로벌 빅테크와 검증된 시장을 거친 'C레벨급 인재 수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성장 방식을 조직에 이식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1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IP(지식재산권) 모니터링 솔루션을 운영하는 마크비전은 최근 아마존, 틱톡, 깃허브 등 글로벌 기업 출신 리더 5명을 대거 영입했다. 영입 인재들은 세일즈, 플랫폼, 고객 성공, 인사, 재무 등 핵심 영역을 모두 아우른다.

마크비전은 브랜드 IP 보호 중심의 기존 서비스를 확장해 '브랜드 인텔리전스'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솔루션 공급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운영과 의사결정 전반을 지원하는 AI 인프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번 영입을 추진했다.

글로벌 세일즈 총괄은 IP 전문 변호사 출신 데이나 허스타인이 맡았다. 익스텐드(Extend) 등에서 대형 리테일 브랜드의 시장 진입과 매출 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GTM(시장진입) 생산성 향상과 조직 확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생태계 및 플랫폼 부문에는 케일리 밀러가 합류했다. 아마존에서 7년간 아마존 브랜드 레지스트리 구축을 주도하고, 틱톡에서 신뢰·안전 및 셀러 정책 운영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는 "AI 확산으로 브랜드 위협이 단순 관리 대상이 아니라 매출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실행 방식을 조직에 내재화하겠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상용화 가속"…리벨리온, 글로벌 사업 실행력 강화
리벨리온이 미국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삼바노바시스템즈 출신의 사업 전략 전문가 마샬 초이(왼쪽)를 CBO(최고사업책임자)로, 제니퍼 글로어를 제품 관리 총괄 부사장(EVP of Product Management)으로 영입했다. /사진=리밸리온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며 사업 실행을 이끌 핵심 리더십을 잇달아 영입했다.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반도체(NPU)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리벨리온은 지난 3월 오라클·HP 출신 다이애나 웡을 글로벌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담당 선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앞서 오라클·삼바노바를 거친 제니퍼 글로어도 제품 관리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말에는 풀스택 AI 인프라 기업 삼바노바시스템즈 CCO(최고고객책임자) 출신 마샬 초이를 CBO(최고사업책임자)로 선임하며 글로벌 사업 라인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모두 AI 반도체 및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이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리더십 정비에 나섰다.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솔라'로 문서 처리, 금융, 공공 등 주요 산업에서 다져온 상용화 역량을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AI 검색 등 새로운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특히 신규 인재 영입은 IPO(기업공개)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출신 진윤정 상무를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발탁해 자본시장 대응과 중장기 재무 전략 수립을 맡겼다.

기존 권순일 사업총괄 부사장은 CSO(최고전략책임자), 류한나 경영지원총괄은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전진 배치했다. 이로써 김성훈 대표, 이활석 CTO(최고기술책임자), 박은정 CPO(최고제품책임자) 등 창업 멤버 3인과 재무·전략·운영 기능을 더한 6인 C레벨 체제를 완성했다.

상장 본격화한 갤럭스, 재무·회계 전문가 CFO로 영입
김성현 갤럭스 CFO(왼쪽)와 설희수 위베어소프트 CSO

AI 신약 기업 갤럭스도 상장 준비에 맞춰 C레벨을 정비했다. 갤럭스는 지난 5월 김성현 CFO를 새로 영입했다. 지난 4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절차에 착수하자마자 이뤄진 인사다.

김 CFO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안진회계법인과 유한킴벌리를 거치며 회계·재무 전반에 걸쳐 경력을 쌓았다. 대웅제약 재무팀장과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아스트로젠 CFO를 역임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까지 갖췄다.

회계법인과 제약사, 바이오벤처를 두루 경험한 이력이 상장 추진 과정에서 요구되는 재무·회계 체계 정비와 내부통제 강화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갤럭스는 연내 기술성평가를 신청해 2027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들웨어 개발사 위베어소프트는 지난 4월 티맥스소프트에서 23년간 미들웨어 솔루션 기술 임원을 역임한 설희수 부대표를 영입했다. 영업·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들웨어 개발사 위베어소프트는 지난 4월 티맥스소프트에서 23년간 미들웨어 솔루션 기술 임원을 역임한 설희수 부대표를 CSO(최고세일즈책임자)로 영입했다. 영업·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다.

위베어소프트는 기업들이 API를 간편하게 개발·운영할 수 있는 API 통합 관리 미들웨어 솔루션 'APINEX'(에이피넥스)와 SL 인증서 관리 솔루션 'CertBear'(서트베어)를 운영하고 있다. 미들웨어는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통신하는 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장영휘 위베어소프트 대표는 "이번 영입은 기술력뿐 아니라 영업·파트너십 역량까지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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