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도가 바뀌고 있다. 특정 랜드마크에서 한 번에 큰돈을 쓰던 '단기 쇼핑'의 시대가 저물고, 한국인의 하루를 그대로 따라 사는 '생활 소비'가 새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1인당 지출액은 1155.8달러(약 178만원)로 2019년보다 줄며 관광수지는 3년째 적자다. '많이 오지만 덜 쓰는' 구조 속에서 외국인이 '어떻게 지갑을 열고 닫는지' 아는 것이 관광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WOWPASS)를 운영하는 오렌지스퀘어의 '2025년 외국인 관광 소비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와우패스 이용객은 197만명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총 결제액은 4477억원(29%↑), 결제 건수는 2020만건(26%↑)에 달했다.
주목할 대목은 1인당 소비액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을 끌어올린 동력이 '소수의 고액 지출'이 아니라 '다수의 소액·다빈도 지출'이라는 의미다. 백화점·면세점의 일회성 쇼핑에서, 편의점 간식과 카페·동네 식당으로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셈이다.
와우패스 분석에서 상위 100개 대형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서 27%로 낮아졌다. 소수의 대형 매장에 쏠리던 소비가 수천 개의 골목 상점과 개인 카페로 분산되는 '롱테일(long-tail)' 구조로 바뀐 것이다.
오렌지스퀘어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개인 취향과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발견이 외국인의 발길을 결정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의 소비 영토도 넓어졌다. 서울 결제 비중은 2023년 89%에서 지난해 83%로 3년 연속 낮아졌고, 지방은 11%에서 17%로 올랐다. 서울 안에서도 성동구(성수) 결제액이 118% 폭증하며, 명동·홍대 같은 전통 관광 상권에서 일상 상권으로 축이 옮겨갔다.
이런 흐름은 다른 플랫폼의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페이히어의 택스리펀드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외국인의 환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 늘어난 가운데, 서울에서의 해외카드 결제는 성수(23.1%)·이태원(8.6%)·홍대(5.7%)에 집중됐다.
이는 '재방문'의 신호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첫 방문객은 랜드마크를 돌지만, 재방문객은 로컬 상권과 한국인의 생활 공간으로 반경을 넓힌다.
외국인들의 소비가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확장되는데 있어서는 K-콘텐츠가 핵심이란 분석이 나온다. BTS(방탄소년단) 부산 공연 주간 와우패스 부산 결제액은 직전 주 대비 117%, 전년 대비 242% 급증했고, 공연장이 있는 부산 연제구는 16배(1495%) 폭증했다.
숙소 원가 예약 플랫폼 올마이투어에 따르면 BTS 공연 기간 부산의 다른 자치구로도 외국인의 숙소 예약이 확산됐다. 올마이투어 관계자는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미식과 쇼핑, 해양레저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즐기려는 체류형 여행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의 소비 업종도 다양해졌다. 식당·화장품·의류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의료(90%↑)와 액세서리(48%↑) 등 '목적형 소비'가 빠르게 커졌다. 한국에 머물며 평소 선망하던 뷰티·의료 서비스를 일정으로 챙기고, 남는 시간엔 한국인처럼 골목 식당을 찾는 패턴이다.
페이히어 데이터에서 외국인의 소비 업종은 카페(20.3%), 화장품(15.1%), 가방·신발·액세서리(13.6%) 순으로 나타났다. K-푸드·K-뷰티·K-패션을 직접 체험하려는 소비가 다양한 업종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K-의료관광의 부상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올해 1분기 서울 명동 지역 거래 분석에서 외국인 1인당 결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지난해 헤어숍(43%)에서 올해 피부과(63%)로 바뀌었다.
다만 이 같은 소비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려면 '디지털 진입 장벽'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놀자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의 27.8%가 디지털 영역에 몰렸다. 소분류로는 가입·인증(13.1%), 결제수단(11.5%), 앱 오류(10.4%)가 상위를 차지했다.
여행의 시작점인 예약·결제 단계부터 본인인증에 가로막히는 구조다. 보고서는 한국을 '안은 훌륭하지만 밖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디지털 요새'로 규정했다. 모바일 결제의 90% 이상이 알리페이·위챗페이에 쏠려 있는 것도, 글로벌 호환 결제망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여권 기반 간편 인증과 글로벌 결제망 연동을 핵심 해법으로 꼽는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예외적 타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글로벌 표준과 호환되는 유니버설 관광 인프라로 생태계를 재점검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관광 스타트업 관계자는 "외국인 소비는 '어디서 크게 쓰느냐'에서 '일상 속 어디서 자주 쓰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매장의 입지 경쟁을 넘어 이동·재방문 동선에 맞춘 노출과 결제 편의 설계, 디지털 진입 문턱을 낮추는 일이 'K-소비지도' 확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