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을들의 잔혹극' 끝내야

차현아 기자
2026.07.16 05:01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권순원 위원장, 류기섭 근로자위원 등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6.7.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이제 남은 선택지는 무인가게로 전환하든, 폐업하든 둘 중 하나뿐입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펫산업, 편의점, 철근가공업 등 국내 중소·소상공인 업계 대표자들이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겨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대표들의 목소리는 현장 사례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격앙됐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직원들에게 줄 돈도 없어 몸을 갈아넣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하를, 어렵다면 최소한 동결이라도 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호소는 묻히고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7% 오른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토록 제도를 설계한 건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중소·소상공인들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모르고 인하·동결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날 한 소상공인 대표는 "우리는 최저임금도 못 벌고 있다.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호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소상공인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9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15만원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주휴수당 지급 의무를 피하려 '쪼개기 알바'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지난 1~5월 임금체불액 7727억원 중 30인 미만 사업장 체불액이 5744억원(74.3%)을 차지한 것은 영세 사업장부터 이미 붕괴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물가 폭탄에 신음하는 중소·소상공인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근로자 간 최저임금을 두고 벌이는 '을'들의 처절한 전쟁은 내년에도 최임위에서 반복될 전망이다. 이를 멈추기 위해선 음식점 등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일부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안 등 현실을 반영한 개선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동고동락해온 직원을 내보내고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사장들의 절박한 생존의 목소리가 내년에는 최저임금위에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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