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클로드 크레딧 쏩니다"…AI 업체들 '공짜 토큰' 출혈 전쟁, 왜?

송지유 기자
2026.07.17 06:00

[글로벌 스타트업씬] 7월 3주

[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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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대표 기업들이 미래 거대 고객이 될 실리콘밸리 초기 스타트업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무료 AI 크레딧과 클라우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제미나이 생성형 이미지.

"저희 AI 모델을 써보시겠어요? 무료로 크레딧을 드릴께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음성 스타트업 다이얼로그스 창업자인 한스 이바라는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 영업팀으로부터 잇따라 연락을 받았다. 이바라 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들 다수가 비슷한 제안을 받는다. 이바라는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엔 AI 크레딧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무료 크레딧을 받지 못했다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스타트업을 향한 '무료 크레딧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대표 기업들이 미래 거대 고객이 될 초기 스타트업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무료 AI 크레딧과 클라우드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격전지는 '와이콤비네이터'…'시드 라운드' 맞먹는 혜택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 일부 초기 스타트업들이 복수의 대형 AI 기업으로부터 받는 크레딧은 300만달러(약 44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스타트업 시드 라운드 평균 값과 맞먹는 규모다.

이바라는 "이 크레딧이 있느냐, 없느냐가 제품성장 속도를 결정한다"며 "무료 크레딧 덕분에 외부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창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투자금을 유치하지 않고도 자체 서비스를 고도화 할 실탄을 쥔 초기 스타트업이 많다는 얘기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관학교인 '와이콤비네이터(YC)'다. 지난 5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YC 참여 스타트업에 지분을 대가로 200만달러(약 30억원) 규모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하자, 엔트로픽은 지분을 받지 않고 50만달러(약 7억원) 상당 크레딧을 무료로 주겠다며 맞불을 놨다. 이에 자극을 받은 오픈AI는 지분 요구 없이 50만달러 크레딧을, 지분을 연계한 150만달러 크레딧을 추가로 주겠다는 새 조건을 제시했다.

오픈AI·앤트로픽 만이 아니다. 구글은 일부 스타트업에 최대 50만달러 클라우드 크레딧과 제미나이 모델 조기 접근권을 제공하고 있다. 딥마인드 엔지니어와의 직접 교류 기회도 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스타트업 전용 혜택을 강화하며 전선에 가담했다.

/AFPBBNews=뉴스1

두 회사의 자존심을 건 경쟁에 수혜를 보는 것은 스타트업들이다. YC 프로그램에 갓 합류한 스타트업 터치마크의 경우 사업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양사로부터 합산 100만달러 크레딧을 받았다. YC가 연간 4차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회 약 200개사를 선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지분 조건 없이 무상으로 뿌리는 크레딧만 연간 최대 8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다.

AI 기업들이 출혈 마케팅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자사 모델에 기반해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향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했을 때 다른 인프라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지금 스타트업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10년 후 기업 고객 시장의 판도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빅테크 전체로 확산한 것이다.

AI 비용 추적 스타트업 슈퍼펭귄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아커는 "비용을 내야 하는 저렴한 중국산 모델과 공짜로 쓸 수 있는 비싼 앤트로픽 모델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라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연내 IPO를 앞두고 수익성 개선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공짜 점심을 뿌리는 것은 사용자 확보가 이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AI 기업들의 마진 구조가 극도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클로드와 챗GPT 최고가 요금제 가입자들의 '토큰 맥싱(Tokenmaxing·토큰 사용량 극대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플랫폼 업체들의 역마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무료 크레딧 경쟁이 더해져 적자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풀이다.

美 상반기 VC 투자 600조원↑…코로나 불장도 넘었다
출처는 피치북·NVCA 2분기 벤처 모니터 보고서

올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면서 유동성이 넘쳐 났던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보다도 더 많은 자금이 벤처시장으로 유입됐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과 전미벤처캐피탈협회(NVCA)가 최근 공동 발간한 '2분기 벤처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VC 투자 규모는 총 4127억달러(약 61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 총액보다 약 30% 많은 수치다. 직전 최대치였던 2021년(3582억달러) 기록도 뛰어 넘었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한 것은 AI였다. 상반기 전체 투자금의 86%가 AI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2분기에만 앤트로픽·프로메테우스·안두릴 등 10억달러 이상 초대형 라운드 7건이 성사됐다. 나머지 14%는 바이오테크·헬스케어·핀테크 등 분야에 투자됐다.

투자 규모별로는 1억달러 이상 라운드가 전체 투자액의 87.5%를 차지했다. 1억달러 미만 소형 투자 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소형 라운드는 2024년 43.8%, 2025년 33.1%에 이어 올해 더 급감했다.

피치북은 이 같은 흐름을 일시적인 과열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봤다. AI 코딩 툴이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낮추고,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이 기반기술을 제공하면서 스타트업 창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또 특정 테마와 소수 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 시장 구조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이 보고서는 "AI 분야 성장세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장 전체가 광범위한 조정을 겪을 수 있다"며 "소수의 승자가 이익을 독식하면 높은 몸값에 투자를 유치했던 대다수 기업이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사우디 오일머니가 오픈소스AI에 베팅한 이유
투게더AI 창업자들/사진=투게더AI

오픈소스 AI 모델 구동 인프라 스타트업 투게더AI가 최근 시리즈 C 라운드에서 8억달러(약 1조2000만원)를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83억달러(약 12조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1년여 전 시리즈 B라운드 당시 몸값보다 2.5배 높아진 수치다.

테크크런치·비즈니스와이어 등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를 이끈 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벤처부문인 아람코 벤처스다. 엔비디아·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제너럴카탈리스트·이머전스캐피탈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투게더AI는 "AI를 소수 빅테크의 독점에서 해방시키겠다"며 스탠퍼드대 교수와 업계 베테랑 등이 모여 2022년 설립한 회사다. 기업들이 자체 시스템을 훈련하지 않고도 딥시크·네모트론 등 검증된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오픈AI·앤트로픽 같은 폐쇄형 모델 대비 최소 6배에서 최대 60배 저렴하게 서비스를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형 투자사들이 이 회사에 주목한 것은 빅테크 API 비용 급증으로 서비스 마진이 통째로 깎인 기업에 현실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실제 최근 12개월간 플랫폼 내 오픈소스 모델 사용량은 3배 급증했고, 연간 수주잔고는 11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를 돌파했다. 아람코가 리드 투자자로 나선 것은 미국 중심 AI 공급망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중동 오일머니의 전략적 계산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게더AI 공동창업자 겸 CEO인 비풀 베드 프라카시는 "인텔리전스는 전기나 자본처럼 현대 경제의 필수 자원이 되고 있다"며 "AI의 미래는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백만명의 개발자가 오픈소스를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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