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험자본이 K스타트업으로 몰린다. 과거엔 내수 플랫폼 기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AI(인공지능), 로봇, 반도체 등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과 코스피 등 자본시장의 위상까지 변하면서 한국에 사무소를 여는 해외VC(벤처캐피탈)도 늘어난다.
◇반도체부터 로봇·AI까지…해외자본 몰리는 K딥테크
27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의 지난 4월 시리즈C 라운드(1800억원 규모)에는 미국 사제파트너스가 리드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VC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역할이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VC 엑시엄아시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상이해 AI 개발사 트웰브랩스의 이달 초 시리즈B 라운드(1500억원)도 미국 NEA가 주도했다. 투자에는 래디컬벤처스, 인덱스벤처스 등 북미 VC가 대거 참여했다.
로봇 분야에도 해외VC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어진다. 피지컬 AI 개발사 카본식스의 시리즈A 라운드(600억원)에는 코텐아시아, 풋힐벤처스, 스톰벤처스 등 미국 VC가 대거 합류했고 홀리데이로보틱스의 시리즈A 라운드(1550억원)에는 미국 굿워터캐피탈이 참여했다. 리얼월드의 시드2 라운드(390억원)에는 일본 VC인 헤드라인아시아, Z벤처캐피탈이 투자했다.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엔벤처스는 인터커넥트 반도체를 설계하는 포인투테크놀로지에, 미국 코스톤캐피탈이 출자해 설립된 코스톤아시아는 메모리 팹리스(반도체설계)기업 엑시나에 투자했다. 이밖에 바이오와 우주항공 스타트업에도 해외VC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업계에선 해외VC들의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우수한 개발인력과 높은 기술 수용도, 실리콘밸리보다 낮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꼽는다. 국내 대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매력요인이다. 글로벌 투자사 출신의 한 VC 관계자는 "같은 AI기업이라도 한국은 실리콘밸리보다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신기술 수용속도가 빨라 투자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거점' 마련하는 해외VC들…투자+출자 동시 겨냥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유치가 늘면서 한국에 거점을 마련하는 해외VC도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는 풍부한 유동성까지 더해지면서 펀드레이징 수요도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UM(운용자산)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의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는 지난달 15일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 미국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아시아 시장 진출지원이 주목적이지만 한국 스타트업 발굴 등 투자거점 역할도 병행한다. 미국의 콜라보레이티브펀드와 사제파트너스도 각각 사무소와 법인을 설립했다. 2곳 모두 이전부터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보인 운용사다.
브라이언 장 콜라보레이티브펀드 대표는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몇 년 전 중동처럼 최근에는 한국의 유동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한국 주요 LP(유한책임출자자)도 역외펀드 출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모태펀드 등 주요 LP의 글로벌펀드 출자는 증가한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글로벌펀드 출자계획은 약 2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0억원 늘어났다. 한국산업은행도 2023년부터 글로벌펀드 출자를 위한 2700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결성했고 서울경제진흥원(SBA)도 매년 40억원 안팎을 해외VC들에 출자한다.
해외VC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상반기 중진계정 글로벌펀드 출자사업에는 79개 운용사가 지원해 약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외국계 VC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202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VC들의 한국 진출이 펀드레이징 수요가 겹치며 또한번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