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로 입증한 토종 '비전 AI' 경쟁력…피지컬 AI 시장 공략

김진현 기자
2026.08.16 06:00

[인터뷰] 차문수 슈퍼브에이아이 CTO(최고기술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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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수 슈퍼브에이아이 CTO

"고객사 중에는 대기업이 아닌 곳도 많아 최고급 사양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최고 성능의 AI(인공지능) 모델까지 탑재하면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고, AI 도입을 위해 추가 예산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볍고 빠르게 작동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별도의 추가 학습(Fine-tuning) 없이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경량 비전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세계 최대 컴퓨터비전 학회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Conference) 2026에서 열린 '파운데이션 퓨샷 객체 탐지 챌린지' 종합 트랙에서 국내 스타트업 슈퍼브에이아이가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설립된 슈퍼브에이아이의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차문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1위를 수상한 모델의 개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라벨링 자동화 넘어 도메인 AI 기업 도약

슈퍼브에이아이는 2018년 4월 5명의 공동창업자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SK텔레콤 T-브레인(T-Brain)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창업 초기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 솔루션에 집중했다. 이후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 수집·관리·학습·배포를 아우르는 MLOps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이어 자체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과 산업별 맞춤형 버티컬 솔루션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차 CTO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예 없는 제조업 고객이 많다는 걸 확인하면서,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풀어주는 형태의 솔루션 사업을 함께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CVPR 수상의 기반이 된 기술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제로'다. 학습하지 않고 구동되는 모델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만 이는 모델 자체가 사전학습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현장에 적용될 때 고객사가 별도의 재학습·재배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슈퍼브에이아이가 제출한 솔루션은 데이터·프롬프트 탐색, 파인튜닝, 재라벨링 등을 포함한 다단계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됐다.

차 CTO는 "비전 AI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정해진 클래스를 학습해 높은 인식과 성능을 내는 방식"이라며 "새로운 물체를 추가하려면 데이터의 제작, 재학습, 재배포 등 전 과정을 다시 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방식은 자연어로 클래스명을 입력하거나 이미지를 크롭해 던져주면 별도의 재학습 없이 객체를 찾아내는 제로샷·퓨샷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제로샷·퓨샷 기반 모델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는 "B2B로 일을 하다보니 산업 현장에서는 제한적인 형태로 경량화된 모델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경량화된 모델을 개발해 적은 메모리와 연산 자원만으로도 구동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현했다. 또 별도의 재학습 없이 다양한 환경에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슈퍼브에이아이 개요/그래픽=윤선정
1위 기술 기반, 글로벌 진출 도전장

슈퍼브에이아이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순위를 세 계단 끌어올리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차 CTO는 "지난해 1위 팀과 비교해도 격차를 벌리며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산업 특화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로 이 같은 국제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브에이아이는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비전 데이터를 오랫동안 확보해왔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대규모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델을 반복 고도화해온 경험 자체가 중요한 진입장벽"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자체 모델의 성능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 현지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차 CTO는 "우승 이후에는 별도의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해외 기업들이 먼저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성능을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공인 대회 수상 실적이 훨씬 강력한 레퍼런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사업 축을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로봇, 드론,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데이터 레이어와 AI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도 있지만, 우리는 그 위에서 다양한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플랫폼과 기술 확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자율주행을 기준으로 보면 인지(Perception)·추론(Reasoning)·행동(Action)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인지이며 추론과 행동을 연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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