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고객에 100만개 맞춤 메시지…초개인화 'AI 마케터' 뜬다

김진현 기자
2026.09.13 13:00

[스타트UP스토리]이지혁 제트에이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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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혁 제트에이아이 대표

"원천 LLM(거대언어모델)이 전체적인 데이터 처리와 언어적 이해를 돕는 머리 역할을 한다면, 마케팅 영역에서 성과 지표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모델과 알고리즘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붙인 팔다리와 같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지 실무자의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객과 만나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마케팅 의사결정이 한층 복잡해진 가운데, 이 문제를 AI(인공지능) 에이전트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블럭스'를 운영하는 제트에이아이다.

이지혁 제트에이아이 대표는 대학 시절 AI 기술을 접한 뒤 사업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인 그는 초기 사업으로 진열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주목해 'AI 개인화 상품 추천' 솔루션을 개발했다. 초기 고객사 20곳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렸지만, 기술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만으로는 사업을 크게 확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개인화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상품 추천에서 마케팅 전반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사업 전환에 나섰다.

광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대신하는 AI

이 대표가 마케팅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시장 규모와 기술적 가능성에 있었다. 그는 "마케팅은 AI가 실제 사업 성과와 연결될 수 있는 분야인데다 시장 규모도 크다고 봤다"며 "단순히 성과를 최적화하는 모델을 넘어 마케팅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만들면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블럭스는 광고 문구와 이미지를 제작하고 타깃을 선정하는 것부터 실제 마케팅 집행까지의 과정을 대화형으로 처리한다. 마케터가 수정이나 추가 요청을 입력하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문구를 조정하고 예상 비용과 성과까지 제시한다. 이 대표는 "광고 기획부터 고객에게 나갈 광고 메시지까지 마케팅 전 과정을 대화 세 번 정도로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화 수준도 기존 마케팅 솔루션과의 차별점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솔루션은 연령·성별·구매 이력 등에 따라 고객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별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블럭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 개개인에 맞춰 메시지를 설계한다.

이 대표는 "고객 100만명에게 각각 다른 메시지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연령·성별 같은 기본 정보에 플랫폼 내 행동 데이터를 더해 고객별로 발송 시점과 문구, 제안 상품까지 다르게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직접 집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개인화를 AI로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블럭스 에이전트/사진=블럭스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BEP 달성 후 글로벌로…"AI 마케팅 에이전시 목표"
제트에이아이 개요/그래픽=최헌정

회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초 대비 월 매출이 약 6배 증가하면서다. 이 대표는 "투자와 기술 기반 성장에서 고객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매출 기반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고객에게서 창출한 가치를 다시 기술과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의 계기는 고객사의 자체 개발 수요였다. 국내에서 CRM 마케팅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자체 구축 사례가 드물다. 이 대표는 "상품 추천과 달리 CRM 마케팅은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 사업 확장의 분기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틈을 공략해 대규모 데이터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전통 소비재 브랜드까지 고객군을 넓히고 있다. AI가 실제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정확도 역시 고객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대표는 "현재 실무 정확도가 97% 수준이라면 데이터가 쌓이면서 6개월 뒤 99.5%, 1년 뒤 99.99%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 확대와 함께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메신저를 통한 기업과 고객 간 소통이 익숙한 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블럭스는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라인 연동을 마쳤으며 현지 기업들과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메신저 이용이 익숙하고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넘어 기업의 마케팅 업무 자체를 수행하는 에이전시로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AI가 광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사람이 이를 신뢰할 수 있게 되면 지역과 관계없이 마케팅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매출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B2B 사업 특성상 성과를 단계적으로 쌓아 시장 가치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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