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승연 로브로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며, 이 고도화된 지능이 물리적인 하드웨어인 '로봇'과 연결될 때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승연 로브로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머니투데이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로브로스가 풀스택 휴머노이드에 도전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학교에서 로봇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 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 CTO는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AI 혁신을 목격한 후 AI와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한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로브로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총괄하며 제품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CTO는 "AI가 현실 세계로 나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라는 필수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반대로 하드웨어가 아무리 우수해도 AI 없이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최적화해야 한다"며 로브로스가 처음부터 풀스택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로브로스는 로봇 하드웨어와 AI 제어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회사의 대표 모델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IGRIS-C)'는 키 154cm, 무게 56kg의 체급을 갖췄으며, 하드웨어 기구 설계부터 제어 알고리즘, AI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 개발했다.
과거의 로봇 제어는 사람이 동작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계획해 입력하는 모델 기반 방식이었다. 그러나 김 CTO는 "현재는 로봇이 사람처럼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행동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로브로스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로봇을 구동 중이다.
최근에는 카메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힘 센서와 촉각 센서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인지 및 제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AI 기반 제어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좋은 로봇'의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힘이 세거나 기능적 정밀도가 높은 로봇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AI에 최적화돼 있고 가상 환경에서 익힌 동작을 실제 환경에서도 잘 수행하는 로봇이 종합적으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로브로스가 가장 많은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부품은 '핸드(손)'이다. 로봇이 물체를 집고 작업을 수행할 때 환경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기성품 로봇 핸드를 구매해 사용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부품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김 CTO는 "기성품은 내구성, 파지력, 발열 제어 등 실제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로브로스 핸드의 가장 큰 특징은 하완(팔뚝)에 구동기를 배치하고 와이어로 관절을 당겨 움직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김 CTO는 "손안에 모터를 내장하는 방식보다 미세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정밀도는 다소 낮을 수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강한 힘과 높은 내구성 측면에서는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손가락은 사람과 같은 5개로 설계됐다. 이는 데이터 확보와 적용을 위한 선택이다. 인간의 손 움직임 데이터가 가장 풍부한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고,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를 별도의 개조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브로스는 현재 물류와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과 기술 실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완전 자율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며, 일정 거리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텔레오퍼레이션을 통해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모델 성능을 높이는 단계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완성한 뒤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김 CTO는 "국내에는 협동로봇만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장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그 틈새를 노리고 있다"며 "실제 환경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될수록 로봇은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도 인간의 복잡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단계에서 가장 큰 기술적 과제로는 '균일한 성능'을 꼽았다. AI가 일정한 성능을 발휘하려면 로봇마다 동일한 품질의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브로스는 이를 위해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약 60%를 자체 설계·생산하며 부품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이그리스-C의 키는 154㎝지만 후속 모델에서는 키와 체격을 더 키울 계획이다. 배터리도 현재 1개를 탑재하고 있으나, 장시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체 가능한 배터리를 2개 이상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쪽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에도 다른 배터리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는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해외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현장마다 다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