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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생각하는 VPP(가상발전소)는 태양광과 풍력, ESS(에너지저장장치), DR(수요반응)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것입니다. 여러 자원의 발전량과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관련 예측 기술을 고도화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 엔라이튼이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를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묶어 VPP 사업을 확장하고 국내 최초의 VPP 상장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영호 대표는 "발전소를 새로 지을 고객에게는 발전소를 대신 구축해 운영하면서 요금을 받고, 이미 운영 중인 발전소는 전력 중개로 묶어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둘이 합쳐지면 결국 VPP가 만들어진다"며 회사가 지난 10년간 구축해온 사업의 귀결점으로 VPP를 제시했다.
올해로 창업 10년 차를 맞은 엔라이튼은 태양광 발전소의 건설·운영부터 전력 판매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플랫폼이다. 전국 약 3만개 태양광 발전소, 용량 기준 8기가와트(GW)를 플랫폼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발전한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형 태양광 발전 용량이 약 30GW인 점을 감안하면 엔라이튼이 관리하는 발전소가 시장의 약 24%를 차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전소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라이튼은 VP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개별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여러 발전 자원을 하나의 전력 포트폴리오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전력시장은 원자력·화력·수력 등 발전량을 비교적 예측하기 쉬운 발전원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 개별 발전소만으로는 전력시장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엔라이튼은 VPP를 통해 여러 태양광 발전소를 묶어 전력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태양광 발전소의 80%가량이 1메가와트(㎿) 미만인 만큼 여러 발전소를 묶어야 대기업과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와 전력판매계약(PPA)을 성사시키며 사업모델을 실제 전력 거래로 연결했다. 이 대표는 "이런 발전소들을 모아 대기업과 PPA를 성사시키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엔라이튼은 발전소마다 자체 개발한 장비를 설치해 발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인버터와 모듈 제조사가 제각각인 발전소에서도 데이터를 같은 기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발전소를 통합 관리하고 전력시장에 대응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전력중개사업의 발전량 예측 오차율을 4~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준중앙급전 체계 테스트에서는 집합자원 출력제어 이행도 99.65%를 기록했다. 내년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에 대비해 예측·제어 역량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발전량을 예측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제어 능력까지 갖춰야 진짜 VPP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엔라이튼을 창업한 배경에는 10년간의 금융투자 경험이 있다. 증권사에서 신재생에너지 대체투자를 담당하며 해외 전력 거래·판매 시장을 경험했고,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2016년 엔라이튼을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 구조를 만드는 사업을 했다. 이후 2020년을 전후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태양광 발전을 활용할 유인이 커지자 엔라이튼은 초기투자 부담 없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이 분야에 집중했다.
엔라이튼은 지난 7월 예비 기술성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본 평가를 거쳐 11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늦어도 내년 중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85억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연매출이 500억원대였고 흑자를 냈기 때문에 거래소 심사에서 재무적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VPP 사업에 집중한다. 현재 태양광 중심인 자원 구성을 ESS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과 기술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관련 기업 인수도 검토한다.
해외시장에서는 발전소 구축 사업과 전력거래 기술을 나눠 공략한다. 발전소 구축 사업은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우선 겨냥한다. 국내 고객사가 현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기존 고객을 따라 해외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력거래 기술은 일본 시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엔라이튼이 지향하는 모델은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다. 발전소 운영과 전력 거래를 넘어 전력 공급과 요금제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자체 에너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다양한 스마트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VPP라는 단어 자체가 어려운 용어"라며 "고객이 발전소 운영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필요한 전기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 요금제처럼 전기 요금제도 다양하게 골라 쓸 수 있게 하는 게 저희가 그리는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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