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빗장 푸는 구글…"스타트업 선택권 넓히되 보안 빈틈 막아야"

싱가포르=최태범 기자
2026.09.21 12:02

[인터뷰]윌슨 화이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대외정책협력·공공정책 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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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화이트(Wilson White) 구글 아시아태평양 대외정책협력·공공정책 총괄 부사장 /사진=구글코리아

"구글플레이 플랫폼 밖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 악의적인 공격이 이뤄질 위험도 커진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개발자의 앱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윌슨 화이트(Wilson White)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대외정책협력·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 창구 이머전 트립' 계기에 기자들과 만나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의 핵심 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글은 한국에서 개발자가 결제 방식을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준비 중이다.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 외에도 대체 결제 수단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앱에 넣거나 이용자를 외부 사이트로 이동시켜 거래하는 방안 등이다.

또 최대 30%였던 인앱결제 수수료를 결제 방식과 조건에 따라 최대 20% 및 최저 1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구글플레이 사업 모델 변경안은 오는 12월3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앱·게임 개발자의 결제 선택지가 늘어나는 변화다. 하지만 화이트 부사장은 결제 경로를 개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과 UX(이용자 경험)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와 고객 특성에 맞는 결제수단을 선택하고 수익화 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와 개인정보 유출, 환불·분쟁, 이용자 이탈에 대한 대응 역량도 스스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부사장은 "플랫폼 외부로 이동하는 과정은 악의적 행위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최종 이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의 앱과 사업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 보호하는 균형점 찾아야"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의 유해 여부를 점검하는 '구글플레이 프로텍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화이트 부사장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프로텍트가 검사하는 앱은 매일 1000억건 이상에 달한다.

그는 "결제 유연성과 이용자 경험, 보안은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개발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구글이 내세우는 결제 정책의 방향은 △개방성 △선택권 △유연성이다. 결제 수단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수료 체계에서도 모든 개발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화이트 부사장은 "개발자는 하나의 동일한 집단이 아니며 제공하는 서비스와 사업모델도 모두 다르다"며 "개발자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고 각자가 자신의 사업에 적합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 수수료 모델을 수년에 걸쳐 발전시켰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결제 모델도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유연성을 반영한 결과"라며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용자와 개발자를 모두 안전하게 보호할 방안을 함께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동보호, 앱 마켓에만 맡기면 해결된다는 것은 착각"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과 루스 선(Ruth Sun)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이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구글 AI 포 비즈니스(Google AI for Business) 2026’에서 ‘구글 AI, 한국 파트너의 내일을 함께 그리다(How Google serves Korea partners with Google AI)’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이트 부사장은 연령 확인 등 아동보호 책임을 앱 마켓이 전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는 구글플레이뿐만 아니라 갤럭시 스토어 등 다양한 앱 마켓이 있고 사전 설치(선탑재)나 사이드로딩 방식으로 유통되는 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책임을 앱스토어에만 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기적인 접근일 수 있다"며 "이용자의 연령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콘텐츠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일은 생태계 전체가 나눠야 할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앱스토어 한 곳에서 확인한 연령정보를 다른 앱마켓이나 개발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앱마켓을 통하지 않은 앱은 어떻게 관리할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며 "표면적으로 간단해 보이는 해법보다 모든 참여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이트 부사장은 '개발자에 대한 지원'을 구글의 핵심 축으로 강조했다. 그는 구글이 한국 스타트업 지원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이유에 대해 "자선사업이나 일회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플레이는 현재 190여개국에서 25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에게 제공할 앱과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플랫폼 생태계도 유지될 수 없다는 진단이다.

화이트 부사장은 "구글플레이의 성공은 전적으로 개발자 파트너의 성공에 달려 있다"며 "개발자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구글에도 합리적인 사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창구 프로그램, 전세계 가장 모범적인 사례"

화이트 부사장은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구 프로그램'이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한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창구는 '창업'과 '구글플레이'의 앞 글자를 딴 명칭인 동시에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창구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인프라와 마케팅, 앱 노출, 투자자 연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트 부사장은 구글이 창구를 운영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개발자에게 획일적인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기술교육이 필요한 기업이 있는 반면 이미 완성한 앱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해외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기업도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창구 기수별 참가기업의 의견을 받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 기술교육과 마케팅, 앱 노출, 해외시장 진출 등 참가기업의 성장 단계와 요구에 따라 지원 항목을 보완해 왔다.

화이트 부사장은 창구에 대해 "구글이 다른 국가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지원사업과 비교해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며 "기업과 정부가 단순히 자금을 분담하는 것을 넘어 개발자, 정부 부처, 구글 임직원이 장기간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8년 동안 76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규모는 정부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진출 의지가 강한 스타트업에 지원을 연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고 이는 구글의 사업적 이해와도 일치한다"며 "정부와 구글의 공유된 이해관계가 겹치는 훌륭한 벤다이어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플랫폼 규제, 스타트업에 미칠 2·3차 영향까지 봐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구글 '2026 창구 이머전 트립' 현장 /사진=최태범 기자

다만 한국 정부의 정책이 부처별로 분절되는 '사일로' 현상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한 부처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장려하는 반면 다른 규제기관이 대형 플랫폼의 특정 기능을 제한하면 그 영향은 플랫폼 위에서 사업하는 중소 개발사에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이트 부사장은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형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가 이뤄진다"며 "정부 내부의 목표가 엇갈리면 스타트업 육성정책의 효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규제가 구글과 같은 대기업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기능과 사업모델이 바뀌면 이를 활용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내는 개발사의 비용과 성장전략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이트 부사장은 "대형 플랫폼을 겨냥한 정책은 그 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개발자와 스타트업에도 2차·3차 영향을 미친다"며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를 설계할 때 이들 기업에 어떤 파급효과가 발생하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육성이 국가적 목표라면 특정 부처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 전체가 함께 접근해야 한다"며 "경쟁과 이용자 보호, 혁신, 스타트업 성장 사이의 균형을 통합적으로 살피는 '범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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