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부러워하는 그곳, 뮌헨의 BMW월드·박물관

뮌헨(독일)=양영권 기자
2015.03.21 06:30

[르포]독일 뮌헨의 BMW 벨트(월드)·박물관, 역사 문화 예술이 공존하며 연간 60만명 관광객 끌어들여

뮌헨은 독일에서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는 137만 명으로, 광주광역시(150만여명)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이 도시에는 지난해 60만여명이 다녀간 관광 명소가 있다. 분데스리가 명문 팀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나 바이에른왕국 국왕이 살았던 왕국 레지덴츠가 아니다.

바로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인 BMW 그룹 본사 옆에 들어서 있는 BMW 벨트(Welt, 영어로 World)와 BMW 박물관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사옥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을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든 곳이기도 하다.

BMW는 뮌헨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뮌헨의 사업장에서만 3만8000여명이 근무한다. 여기에 BMW벨트와 박물관으로 관광객까지 끌어들임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BMW벨트 내 차량 인도장(위). 아래층엔 MINI 전시장이 보인다. /사진=양영권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각) 기자가 BMW벨트와 박물관을 찾았을 때도 수학여행을 온 프랑스 고등학생과 차를 인도받으러 온 이들, 중년 부부 여행객 등으로 활기에 넘쳤다.

BMW벨트는 차량 인도 공간과 회견장, 콘서트홀, 레스토랑, 쇼핑몰, 디자인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7년10월 완공한 건물은 1만6000㎡에 이르는 거대한 구름 모양의 지붕을 원뿔 두개를 겹친 유리·쇠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BMW 박물관에 전시 중인 BMW 아트카. /사진=양영권 기자

건물에 들어서자 다음달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 BMW그룹 산하 브랜드인 MINI, BMW, 롤스로이스 등의 최신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볼 수 있는 전시장을 지나 나선 모양의 자동차 트랙이 보인다.

BMW벨트 내 BMW 모토라드 전시장을 젊은이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양영권 기자

트랙은 2층에 있는 자동차 인도장으로 이어진다. BMW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들은 이곳에 와서 딜러로부터 차를 받아 나선 모양 트랙을 돌며 첫 주행을 하게 된다. 실내에 있는 만큼 차의 시동을 걸 때마다 건물 전체에는 자동차 배기음이 울려 퍼졌다. 배기가스는 내부에 일절 퍼지지 않게 설계가 됐다고 한다.

BMW벨트가 BMW의 현재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맞은 편 BMW 본사 건물 옆 거대한 사발 모양의 BMW 박물관은 BMW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박물관은 본사가 이곳에 들어선 1974년 함께 건립됐다. 2008년 3억유로를 들여 리모델링을 한 뒤 재개관을 했을 때는 기존에 비해 5배 늘어난 5000㎡의 전시 면적을 갖췄다.

BMW의 최초 독자모델 자동차 315/1. 이 때부터 BMW 자동차의 상징인 '더블 키드니' 그릴이 보인다. /사진=양영권 기자

내부로 들어가면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25개 테마의 전시장으로 안내된다. 때마침 내년 BMW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BMW 아트카를 전시하고 있었다. BMW아트카는 알렉산더 칼더, 프랭크 스텔라 등 걸출한 예술가들이 외부를 장식한 BMW 레이싱카다. 1970년대에 총 4대가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르망24시 레이싱 등 자동차 경주에도 참가했다.

BMW는 원래 항공기 엔진 제조사였다.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데 처음으로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등 획기적인 기술로 유명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해 항공기를 비롯한 군수품을 제조할 수 없게 되자 오토바이 제조업체로 변신한다.

1929년에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오스틴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양도받아 BMW 3/15 PS라는 모델의 자동차를 처음 만들었고, 노하우를 축적해 1935년에는 독자 모델 BMW 315/1을 생산한다. BMW 자동차의 아이콘인 '더블 키드니(2개의 콩팥)' 그릴도 이때 나타났다.

1936년에는 BMW 328 차량이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자동차 회사로의 입지를 굳혔다. 박물관에서는 BMW가 만들던 나무 프로펠러를 사용하던 엔진에서부터 초기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어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양의 MINI. /사진=양영권 기자

1956년부터 1959년까지 생산된 507 모델도 BMW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명차다. BMW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힌다. 1950년대 전후 경제난으로 507은 251대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중 200여대가 아직까지 달리고 있다고 한다.

2001년 제조된 MINI XXL. 일반적인 MINI의 길이가 2.3m 인데 XXL은 6m다. 미니쿠퍼 엔진을 장착했고, 4인승이다. 뒷부분 짐칸처럼 보이는 곳이 욕조다. 달리는 동안에는 욕조를 사용할 수 없고 물을 빼야 한다고. /사진=양영권 기자

가장 유명한 507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탔던 차다. 엘비스 사후 행방이 묘연했다가,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낡은 공장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엔진은 없어졌으며, 차체 파괴 정도도 심각했다. 이 차량은 현재 뮌헨에 있는 BMW의 클래식 카 전문 복구 팀이 재건 중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507 모델의 현재 가격은 130만유로(15억5300만원)라고 가이드가 귀띔했다.

BMW가 1917년 제조한 항공기 엔진 'BMW Ⅳ'./사진=양영권 기자

또 하나의 볼거리는 MINI 전시관이다. BMW는 1994년 영국의 로버 그룹을 인수했는데, 이 때 로버그룹 산하 브랜드인 MINI도 BMW그룹에 편입된다. MINI는 1907년 당시 그리스 영토였던 터키 이즈미르에서 태어난 자동차 디자이너 알렉 이시고니스 경에 의해 탄생했다. 차량의 '디테일'에 집중, 차체는 작지만 내부 탑승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차였다.

BMW 최초의 오토바이 'BMW R32'.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막스 프리츠가 디자인해 1923년 제조됐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연결하는 체인이 없는 게 특징이다. 무게가 더 나가지만 훨씬 안정적이라고 한다. /사진=양영권 기자

하지만 로버그룹 산하의 자동차 회사였을 때 MINI는 40여년간 변화가 없는 구식 차량의 이미지였다. BMW에 인수된 후 MINI는 기존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21세기 첨단 자동차로 재탄생한다. 2001년부터는 내부 공간이 45% 커졌다. 안전성과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었다.

박물관에는 영국 옥스포드에서 1959년 제조된 MINI의 첫 모델 621AOK에서 차체 6m 길이에 욕조까지 갖춘 초대형 모델 'XXL'까지 다양한 MINI를 만날 수 있다. 1969년 남아공의 한 오렌지 제조업체가 개조한 오렌지 모양의 MINI 'OUTSPAN ORANGE'도 전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시속 40km를 넘기면 바퀴가 아닌 차체가 구를 위험이 있다고 한다.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본사(오른쪽 뒤)와 BMW벨트 건물 전경. /사진제공=BMW그룹

박물관 전시품을 입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가이드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전세계 BMW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BMW 클래식카만 전문적으로 발굴하고 복원하는 부서에서 이미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아직 전시관에 전시하지 못해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차들도 다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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