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르스와 반도체, 공통점은?

강경래 기자
2015.06.23 03:21

"한국 반도체 업계에 중국 자본 유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피델릭스가 지난달 중국 업체에 매각된 직후 만난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업체 피델릭스는 당시 중국 동심반도체에 지분 25.3%와 함께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가 한 말은 불과 한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피델릭스에 이어제주반도체가 22일 중국 영개투자와 지분 15.55%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영개투자는 제주반도체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지분을 53.54%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국내 업체가 해외로 매각되는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번에 매각된 업체들이 중국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과 연관지어볼 때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총 1200억위안(약 21조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펀드 자금을 투입할 중국 업체들을 선정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한국 업체들을 인수할 경우,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매각된 한국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자본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인력 등 자원을 흡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비오이(BOE)는 과거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액정표시장치(LCD)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현재 이 분야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이 업체는 최근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의 국내 확산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당초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굴삭기로 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반도체산업. 이 역시 중국 자금 유입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로 나중에 굴삭기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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