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3형제'가 있다면 영국엔 재규어가 있다. 재규어는 명품차의 여러 요건 가운데 특히 '디자인'에 더 강점을 가진 브랜드로 꼽힌다. '아름답고 빠른 차'가 재규어의 정체성이다.
재규어에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이안 칼럼이 간판 모델(플래그십 세단) '뉴 XJ'를 들고 지난 26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뉴 XJ를 직접 소개하기 위해 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두번째 방한한 그는 "한국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왔다"며 밝게 웃었다. 한국은 XJ의 넷째 판매국이기도 하다. 인구 규모에 비하면 높은 성장성을 가진 시장이다.
XJ는 독일 3형제의 S클래스(벤츠)·7시리즈(BMW)·A8(아우디)과 경쟁해왔다. 그는 뉴 XJ가 그들에 비해 갖는 강점에 대해 "개성과 독립성이 가장 강한게 특징"이라며 "가장 운전자에게 초점을 맞춘 차"라고 강조했다.
'럭셔리카 선배'에게 현대차가 새로 론칭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대해 물었다. 영국 왕립예술대 동문이자 그와 함께 세계 3대 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가 총괄하는 브랜드다.
"다른 제조사에 대해선 코멘트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네시스는 좋은 브랜드"라고 치켜 세우면서도 "럭셔리 브랜드가 되려면 그 카테고리 내에서 존재가 확립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의 경우 1922년에 설립돼 약 한 세기 동안 역사와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는 '헤리티지'(Heritage·전통)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안 칼럼은 "아직 우리나 독일 3사에 비해 (시간상) 전통을 다지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젊은 세대들에서는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안 칼럼은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이 시장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세그먼트가 창출될 될 것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더 확장될 것"이라며 "다만 쇼퍼드리븐(기사가 모는 차) 모델이 축소되고 콤팩트한 차량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미래차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도 "물론 재규어도 포뮬러-E(전기차 경주대회)에 나서는 등 전환기에 대응키 위해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며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전기차는 기존의 차들과 구조가 달라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철학에 대해 물었다. 이안 칼럼은 "작업할 때마다 근본적으로 이 상품이 '재규어'인가를 생각하면서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젊고, 개성이 넘치며 사고가 뚜렷한 소비자들이 재규어를 많이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뜻밖에 수학 공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며 "디자인을 하면서도 사고 방식이나 문제 해결 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