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A 시정조치, 공정위의 '다른 잣대'

강기준 기자
2016.02.29 06:41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에 대한 시정조치를 어떻게 감시 감독할지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2015년 기업결합 동향 및 주요 특징'을 발표하고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간 인수합병(M&A)에 대한 시정조치를 종합해 발표한데 대한 철강업계의 반응이다.

지난해 2월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한 현대제철에 대해 공정위는 △계열회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 △비계열사 차별 금지 의무를 부과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다른 기업에게 내려진 시정조치에 비하면 애매모호한 문구들이다.

공정위는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한데 대해서는 △가격인상 제한 △일정 물량 이상 공급의무 등을 부과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시장 독과점 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데 상한선을 두고 물량 역시 너무 부족하지 않도록 강제적인 조치를 내린 것.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인수와 관련해서도 공정위는 구체적인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국내 가격 인상률·인하율을 수출 가격 인상률·인하율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바이엘이 머크의 전세계 일반 의약품 사업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조치는 다르지 않다. 공정위는 경구용 피임제 부문 영업·자산에 대해 제3자 매각 조치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주식 100%를 취득한 것을 두고 특수강 선재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현대제철, 현대・기아자동차가 원료에서 최종 수요(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게 되면 파스너・샤프트 제조사에게 자사 소재 구입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렇게 될 경우 파스너・샤프트 제조사들은 원재료 선택권은 물론 가격결정권까지 잃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현대제철에게 제품 강매 금지 및 비계열사 차별 금지 의무라는 조치만 부과했다. 앞선 세아베스틸, 한화케미칼, 바이엘의 경우처럼 제품 가격을 제한하거나 자산 매각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달부터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공장이 가동된다. 업종에 따라, 기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 공정위의 잣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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