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16일 국내 판매 20개 디젤차의 '배출가스 성적표'를 전격 공개하면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치명타를 입은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된 한국닛산(캐시카이)이다. 업계는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닛산, 유일하게 '불법' 낙인..이미지 악영향 우려=한국닛산은 캐시카이가 20개 차종 중 유일하게 '불법 제품'으로 분류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조작 사실이 없다"며 환경부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이지만 '오해'가 풀려도 여진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제2의 디젤게이트'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 닛산을 비롯한 일본차의 주류는 가솔린차다. 영국에서 전량 생산되는 캐시카이는 한국닛산의 유일한 디젤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닛산 판매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브랜드 전반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모그룹인 세계 4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얼라이언스로까지 파장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 조사과정에서 환경부는 실내인증 기준 대비 실외도로 주행시험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 공개했는데 1위는 캐시카이(1.67g/km)로 실내인증기준(0.08g/km)의 20.8배였으며 2위는 같은 그룹 산하의 르노삼성 QM3(1.36g/km)였다. 실내인증기준의 17배에 달했는데 관련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법망은 피했지만 올해 말까지 개선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두 한국법인 모두 우리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르노-닛산얼라이언스는 최근 연료효율 데이터 조작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일본 미쓰비시를 인수한 바 있어 자칫 '반(反)환경 기업' 이미지가 덧씌워 지는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한국에서 수차례 철수한 미쓰비시가 국내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폭스바겐, 조사 촉발했지만 결과는 '무난'=반면 폭스바겐 계열 수입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아우디폭스바겐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사태의 후속 성격이 짙었다. 특히 미국 EPA(환경보호청)에서도 조작 사실이 적발됐던 3000cc급 폭스바겐 차량들이 요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제타 △폭스바겐 골프 △폭스바겐 비틀 등 5개 차종이 조사 리스트에 올랐지만 모두 적법했고, 배출량 순위도 모두 10위권 밖으로 타사에 비해 높지 않았다. 현재 검찰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유로5 적용 디젤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오히려 반사 이익을 입은 브랜드는 단연 BMW 520d(0.07g/km)였다. 기준치의 0.9배로 유일하게 실내 인증 기준 이내였다. 친환경 기술력을 공식 인정 받은 셈이다.
다만 이번 발표로 결국 특정 업체·모델 뿐만이 아닌 디젤차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디젤차 판매 위축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