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출'이 키운 미국 동맹 안보 우산 향한 불신…"자체 핵 억지력 개발에 나설 수도"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한국,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3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의 안보 능력에 관한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핵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채텀하우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에서 수년 간 핵 무장에 대한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며 "중국의 지속적인 핵 무기 증가와 북한 핵 개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채텀하우스는 "미국이 핵 확장을 억지하고 동맹국 안보 보장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냉전의 기억과 교훈이 희미해지면서 이들 국가에서 핵 능력 개발을 지지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고 했다.
채텀하우스는 이란 전쟁으로 핵 확산 금지 조약(NPT)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몇몇 국가들이 핵무기가 전쟁을 억제한다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메시지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를 보장하려면 핵 무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는 한때 세계 3위 핵 무장 국가였으나 핵 무장 포기를 선택했다.
채텀하우스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이라크, 리비아도 군사 공격의 표적이 된 반면 핵 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란은 (핵) 협상이 활발하던 지난해 6월과 지난달 말에도 공격을 받았다"며 "대화가 이란을 보호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때문에 외교보다 핵 무기가 더 강력한 전쟁 억제 수단이라는 결론을 낳는 잘못된 선례가 남겨졌다는 취지다.
특히 채텀하우스는 미국이 최근 경북 성주에 배치됐던 사드(THAAD·고고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사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재배치 보도는 미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 보장보다 중동 문제를 우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국이 다른 문제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동맹국들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동맹국들이 자체적인 핵 억지력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가진 미국, 러시아 간 핵 군축 조약은 지난달 연장 없이 만료됐다. 핵 무기 비중이 5~6%로 추산되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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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곧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란까지 NPT 탈퇴를 결정하면 NPT 체제는 위기를 맞는다. 이란 핵 무기 개발에 반대했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미국,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뒤 이란 내부에서는 NPT 탈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핵을 개발한다면 자신들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부터 한 달 간 열리는 NPT 검토회의가 체제 존속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텀하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핵 군축 조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핵 실험 재개를 지시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오랫동안 '레드라인'으로 여겨졌던 행위가 정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며 "핵 확산 방지 규범을 회복하려면 시급히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