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관세 인상 등 수출 환경 악화 불가피

산업1부, 정리=홍정표
2016.11.09 17:09

[대이변 트럼프 당선]전자·자동차 '멕시코 공장 타격', 반도체·디스플레이 '영향 無', 방산 '활성화 기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2016 미국 대선 시청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45대 미국대통령 당선자의 윤곽은 이날 정오쯤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환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한국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재계는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을 비롯해 대미 수출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한미FTA를 미국 경제를 저해한 ‘깨진 약속(The Broken Promise)’의 대표 사례로 꼽았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했다.

트럼프는 TPP 협상 철수, NAFTA재협상, 저가 수입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한미FTA로 미국 내 일자리가 10만개 없어졌고, 한국의 대미 수출은 미국이 한국 무역 적자 규모의 2배가량인 15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 가전 ‘관세 인상 여부 예의 주시’, 반도체·디스플레이 '큰 타격 없을 듯’

전자업계는 대미 수출 등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환율 변동 등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공약처럼 보호무역주의를 어떻게 강화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북미 지역의 매출액은 세계 주요 지역 매출액의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가전제품은 멕시코 등 해외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내 수요는 멕시코 생산공장에서 대응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미국으로 들어가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가전업계의 분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FTA든 NAFTA든 원점에서 모두 얼마나 재검토할지에 따라서 관세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면서 "고급 가전브랜드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관세 인상 여부가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업계도 당장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의 75% 정도가 한국산"이라면서 "애플 등 미국 업체들이 한국의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인데 관세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관세 상승으로 미국 업체들이 비싼 가격에 원재료를 사야 하는 것에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자동차, 미국 생산 비중 높아 '다행'...멕시코 공장은 타격 받을 듯

국내 자동차 업계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무차별 통상압력 공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어서다. 한·미 FTA 이후 우리나라는 승용차 무역흑자가 2011년 83억달러에서 2015년 163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트럼프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특별한 정책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미국은 디트로이트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2017년~2021년까지 국내 수출손실액이 269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한국경제연구원)도 나왔다. 이 중 자동차 산업의 손실액은 133억 달러에 달하며 일자리 손실은 11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현대차 76만2000대, 기아차 62만6000대 등 총 138만대8000대를 판매했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18%와 25%에 이른다. 현지 생산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멕시코에 대한 관세 장벽 구축 시 멕시코에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차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했고, 생산량의 80%를 수출할 예정이다. 관세 부과와 함께 리콜 등 정부 규제도 강화될 수 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동차는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핵심 산업이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조금 잘못해도 트럼프 정부가 강경하게 조치할 수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차별적으로 흘러가면 마케팅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방산 ‘국방비 증액 기대’, 신재생에너지 ‘좋다 말았네’, 철강 '우려'

국내 방위산업체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는 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한국이 부담해야 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국내에서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대두될 경우 국방비 증액으로 방위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한국에 미군을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국은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으로 산업 활성화를 기대했던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클린턴은 미국을 '청정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0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140기가와트 규모)를 설치해 10년 내 미국 모든 가정에 청정전력 공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미국의 지난해 말 기준 태양광 발전 규모는 25기가와트였는데, 힐러리가 당선됐을 경우에는 매년 현재 발전 규모 만큼 늘려야 했다. 이에 태양광 발전기 제작에 필수 재료인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은 최근 강세를 나타냈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및 건설 경기 호황이 예상되지만,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계 등 무역 장벽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서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7월 미국에 수출하는 도금제품에 대해 4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데 이어, 8월과 9월 열연·냉연 철강 제품에도 60% 넘는 밤덤핑·상관관세가 매겨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를 다른 국가들이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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