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의 진돗개가 저를 보면 짖습니다."
2년여 전의 일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1년, 대통령의 '불통'(不通)에 대한 여론이 서서히 일기 시작할 때다. 청와대 모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을 자주 만나 '소통'에 대해 진언하라고 충고하자 돌아온 그의 답이었다. '진돗개'가 짖어 자주 못 간다던 그의 말뜻을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사저 인근 주민들로부터 선물받은 진돗개 새롬이, 희망이를 데려갔다. 당시 그 수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주 갈 기회가 없으니 사람을 잘 알아보는 영특한 진돗개가 자주 못본 사람에게 짖는 정도의 동물적 반응으로만 생각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그 진돗개가 중의적 의미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친 스스로의 우매함에 자책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접촉을 막으려 짖는 진돗개가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정호성, 안봉근, 이재만)을 지칭하는 또다른 중의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도.
최근 국회 최순실 청문회나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는 대통령의 불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주로 전화 보고를 하고 독대는 1주일에 한두 번도 하지 못한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에서도 불통의 구체적 행적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제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들어와 수석이 된 이후 직접 전화통화도 했는데 항상 국가와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했고 그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누고, 그의 행동을 보고 느낀 게 아니라 전화통화로 얘기를 듣고 존경하게 됐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도 대통령을 독대해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엄중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11월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무수석으로 11개월 일하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친박'이었던 진 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9월 '기초연금 개편안'을 반대하다가 내쳐지는 과정에서도 불통은 여실히 드러났다. 개편안은 대선공약의 포기라며 진 장관은 반대했고 대통령도 동의했다. 하지만 다음날 대통령의 입장은 180도로 바뀌었고 진 전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진 전장관은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최소한 전화 통화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가로막혔다. 진돗개가 짖어서 관저에 가지 못했다는 그 수석의 말이 현실로 드러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했고 관저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살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는 오롯이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주변에서 호가호의하던 인물들이 최근 청문회 등에서 보여준 모습은 우리를 더 부끄럽게 한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죽을 죄를 졌습니다"라고 말했던 최순실과 그 일당은 이제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말한다.
맹자 '공손추' 편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無羞惡之心非人也·수오지심).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의로움(정의)의 근본이며 이를 모르면 금수(짐승)와 같다고 했다.
한때 청와대의 실세는 '진돗개'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었다. 진짜 진돗개 새롬이, 희망이가 영문도 모르고 지탄받게 만든 이들에게서 수오지심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