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가 얻은 것

황시영 기자
2017.02.21 18:02

한진해운의 국내 협력업체 수는 법원 신고 기준 600개가 넘는다. 해외까지 합치면 수천개에 달한다.

1개 터미널만 해도 선적·하역, 화물 검수, 컨테이너 고박(래싱), 컨테이너 육상수송, 수리·세척, 선박 연료유 공급, 선용품 등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몬 정부는 협력업체에 1754억원(296건)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건당 평균 약 6억원 지원인 셈인데, 협력업체 도산과 실업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과거 한진해운 직원 1469명 중 687명은 실직 상태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실직자가 부산에만 3000명,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참극이 촉발됐다면, 한진해운 협력사들의 생존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은 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구조조정 칼자루를 쥐고 유동성 문제로 끝내 한진해운을 압박했던 금융당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해운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동맥'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해운업을 홀대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물동량이 급감해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때 덴마크는 머스크에 7조원을, 중국은 코스코에 17조원을 지원했다. MB 정부는 해운업을 챙겨야 할 해양수산부를 없앴다.

현 정부 금융당국은 유독 한진에 혹독한 구조조정(유동성) 룰을 적용했다. 한진그룹은 2014년 4월~2016년 4월 2년간 약 2조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5000억원대 자구안도 냈다. 하지만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 자금 규모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신규자금 지원중단을 결정했다.

반면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부족 자금이 산출되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8334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수년간 적자였지만, 현대증권을 매각해 단숨에 유동성을 확보했고 현정은 회장이 사재 출연을 해 '전격적'이라고 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경영권에 집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한진의 설명이 엇갈린다. 한진은 조 회장이 작년 4월 자율협약을 시작하면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썼고, 경영권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재출연 압박을 받았다고 본다. 채권단은 조 회장이 영구채(2200억원)를 출자전환한 후 차등감자를 하라는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경영권 포기가 불분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지분이 늘어나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조 회장이 반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거릴만하다. 금융당국은 세계 7위·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죽이는 대신 세계 13위·국내 2위 현대상선을 살렸다. 이제 현대상선을 10위권 선사로 만들기 위해 수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해수부에서 한진해운 파산을 막아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계속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것'이 있어서 안된다고 했다더라." 한 공무원은 기자에게 전했다. '이미 정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는 득보다 실이 크다. 국가 신용도 하락, 해상운송 국제수지 적자, 부산항 물동량 감소, 한진이라는 이름으로 40년간 쌓아올린 해운 업력을 잃어버렸다. 남은 것은 한진해운과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의 눈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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