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발묶인 최태원 회장, 속타는 SK

남형도 기자
2017.02.24 05:00

사상 최대 17조 투자 나섰지만 中 사드 등 악재…출국금지로 현장 못 가고 끙끙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한다며 동분서주하던 최태원 회장의 발이 묶였다. 지난해 12월 17일 특검에 돌연 출국금지를 당하면서부터다. 주요 수사 대상은 최 회장의 사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SK그룹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출국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 후 두달이 지나는 동안SK그룹은 올해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M&A(인수 ·합병) 등 전략적 투자에 4조9000억원을 쏟기로 했다. 지난 6일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 빈소에서 만난 최 회장은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올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질문엔 "어려운 일을 많이 해보자고 의욕적으로 발표했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은 아직 시원스레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안팎의 정세가 불안해서다. 특히 가장 큰 투자처인 중국 시장이 심상찮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보복으로 여겨지는 이슈들이 불거졌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당초 올해부터 배터리 공장을 짓고 본격 생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인증 기준 강화 때문에 보류 상태다. 김준 총괄사장은 22일 기자와 만나 "올해 3조원을 넘게 투자할 수도 있지만, 중국하고 정책적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매달 중국을 방문해 사업을 챙길 만큼 애정이 큰 최 회장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결정 때마다 세일즈맨처럼 뛰어들었던 최 회장이지만 출국금지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당장 매년 챙겨왔던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가지 못했고,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참석도 불투명하게 됐다.

통상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이 많은 오너의 현장 방문 여부는 사업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파트너들의 얼굴을 직접 보느냐에 따라 성과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SK로선 최 회장이 구원투수로 절실하지만 비상시국이라 침묵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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