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에어컨 필요 없어요"…서울에 이런 주택단지가?[넷제로 케이스스터디]

"여름에 에어컨 필요 없어요"…서울에 이런 주택단지가?[넷제로 케이스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06.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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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서울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
바람 샐 틈 막은 '보온병 설계' 주택
폭염·혹한에도 쾌적한 실내 온도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지열로 에너지 생산
120가구 거주하는 실제 주택단지… 관리비 뚝
건축비는 '장벽'… 민간 확산 이끌 정책 필요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노원구 하계동 소재 에너지제로주택 단지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노원구 하계동 소재 에너지제로주택 단지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주택단지. 멀리서 보면 일반 아파트 보다 높이가 다소 낮은 주택단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남다른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붕과 북측을 제외한 3면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이곳은 지난 2017년 11월 완공된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주택 실증단지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EZ House)'이다.

노원구가 201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공모사업을 통해 노원구·서울시·명지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 주도로 진행됐다. KCC건설 등이 참여해 단지 건설로 이어졌다.

난방, 냉방, 온수, 환기, 조명 등 5대 에너지 기준 연간 1차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합이 '제로'가 되는 주택단지 구현이 실증의 목표였다. 단지 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단지 운영을 담당하는 노원환경재단의 장하경 환경사업부장은 "단지 안에서 화석연료를 전혀 태우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원 에너지제로주택 연혁과 개요/그래픽=김지영(자료출처: '미래를 담은 주택, 노원에너지제로주택', 서울시·노원환경재단)
노원 에너지제로주택 연혁과 개요/그래픽=김지영(자료출처: '미래를 담은 주택, 노원에너지제로주택', 서울시·노원환경재단)
'거대한 보온병' 같은 주택단지

핵심은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꽉 막아주는 이른바 '패시브(Passive)' 설계에 있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보온병'인 셈이다. 일반 주택이 벽 안쪽에 단열재를 붙이는 내단열 방식이라면, 이곳은 건물 바깥을 감싸는 외단열 방식을 적용했다. 외부의 뜨거운 열기나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쉽게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 구조다.

장하경 부장은 "일반 주택은 외부와 실내의 온도 차로 결로가 생기거나 열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은 바깥에서 이미 열을 한 번 차단해 실내와 외부 간 온도 차와 결로가 줄어든다"고 했다.

출처=노원구 EZ센터
출처=노원구 EZ센터

여기에 47mm 두께의 특수 코팅 3중 유리 창호를 달고, 현관문에는 진공 단열재와 이중 고무 패킹을 적용해 바람 샐 틈을 완벽히 막았다. 외부의 뜨거운 열기나 차가운 공기가 집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꼼꼼한 설계 덕분에 한국 평균 주택 대비 에너지 요구량을 무려 61% 줄였다.

햇빛과 공기를 다루는 디테일도 남다르다. 전동 블라인드를 실내가 아니라 창문 밖에 단 설계가 대표적이다. 집 안쪽에 설치한 블라인드는 빛은 가릴 수 있지만 이미 달궈진 창문을 통한 열 유입까지 막기는 어렵다. 반면 외부 블라인드는 햇빛이 유리창에 닿기 전부터 차단한다. 여름에는 블라인드를 내려 열을 막고, 겨울에는 올려 햇빛을 실내 난방에 활용한다. 이런 창문 밖 블라인드는 냉방에 드는 에너지를 약 30% 덜어준다.

주택단지 발코니 외부에 설치된 블라인드. 사진은 체험관에 설치된 모형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주택단지 발코니 외부에 설치된 블라인드. 사진은 체험관에 설치된 모형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새는 에너지 막고,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지열로

바람 샐 틈 없이 꽉 막힌 집의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열회수형 환기장치'도 달았다. 창문을 닫아둔 채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걸러줄 뿐만 아니라, 한겨울 바깥의 0℃짜리 찬 공기가 들어올 때 밖으로 빠져나가는 실내 열을 회수, 18.5℃의 공기로 만들어 방 안으로 불어넣어 주는 장치다.

이런 설계 덕에 여름철 외부 기온이 32~33℃까지 올라가도 실내는 26~28℃ 수준이 유지되고, 반대로 겨울철 영하 11.3℃의 바깥 추위에도 실내온도는 20~22℃를 유지할 수 있다.

출처=노원구 EZ센터
출처=노원구 EZ센터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확실히 잡은 뒤,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지열로 충당한다. 태양광 패널은 건물 지붕뿐 아니라 북측을 제외한 동·서·남측 벽면에도 설치됐다. 일반적으로는 발전 효율을 고려해 지붕에만 태양광을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단지는 가능한 한 많은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벽면까지 활용했다. 설치된 태양광 설비 용량은 총 409킬로와트(kW)다.

지열 히트펌프는 냉난방과 온수 공급을 맡는다. 지하 약 160m까지 천공해 연중 비교적 일정한 지중 온도를 활용하고, 여름에는 냉각에 겨울에는 온도를 높이는 데 쓴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지열 히트펌프를 돌리고 공용부 전력에도 쓰인다.

일반 주택 보다 단열이 강화된 문 /사진=권다희 기자
일반 주택 보다 단열이 강화된 문 /사진=권다희 기자
"작년 여름에도 에어컨 거의 안 틀어"

이 단지가 특별한 점은 단순히 기술 검증을 위한 연구 공간이 아니라, 2017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약 120세대가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실제 주거지라는 점이다.

이곳의 성능은 주민들의 만족감으로 입증됐다. 4인 가구의 일원으로 이곳에 5년째 살고 있는 박무량 씨는 이전에 살던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차이 중 하나로 냉난방 부담을 꼽았다. 박 이사는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베란다 쪽 외풍이 셌는데, 이곳은 단열이 잘돼 있어 겨울엔 춥지 않고 여름엔 덥지 않아 쾌적하다"고 했다.

폭염이 잦아진 여름에 이 주택의 이점이 더 뚜렷해진다. 그는 "에어컨을 설치해 놓기는 했지만 틀지 않고도 지내는 날이 많다"며 "작년 여름에도 거의 틀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와 비교할 때 관리비만 한 달 기준 약 10만 원 정도 줄었다고 한다.

주택 내부 모습(체험관으로 공개된 주택)/사진=권다희 기자
주택 내부 모습(체험관으로 공개된 주택)/사진=권다희 기자

노원에너지제로주택의 또 다른 특징은 운영 방식이다. 이곳 주민은 모두 주민들로 구성된 노원이지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입주민 전체가 협동조합원으로 모여 요리, 육아 품앗이 등을 함께하며 커뮤니티를 가꾸는 것도 이 단지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주민이자 이 협동조합의 이사인 박무량 씨는 "주민들과 함께 요리를 하거나 육아 상담을 했고, 어르신들과 요리해서 나눠 먹는 활동도 했다"며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출처=노원구 EZ센터
출처=노원구 EZ센터

민간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은 과제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은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인 '주거'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도시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수 과제라는 점에서 이 주택단지의 실증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서울시 탄소중립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분야는 에너지 부문(86.4%)이며, 이 가운데 건물에서 발생한 배출량이 67.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이 모델을 민간 주택시장, 특히 재건축·재개발 단지로 확산하는 데에는 '경제적 장벽'이 남아 있다. 건물 외부를 고성능 자재로 단열하고, 틈새를 촘촘히 막는 시공은 일반 건축보다 공사 기간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뚜렷하지만, 초기 투자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확산의 걸림돌이다.

장하경 부장은 "제로에너지 주택이 확산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의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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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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