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오는 4월 분할 재상장되는 신설법인이자 그룹 지주사로 등극할 현대로보틱스(가칭)의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일단 첫 번째 단추는 핵심 사업에서 벗어난 의료용 로봇 사업부를 떼어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다.
1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인큐렉소와 로봇사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앞두고 있다. 양사는 사업적 시너지가 있는 교류에 나설 예정인데 협의가 한 달 이상 진행되면서 큐렉소가 현대중공업의 의료용 로봇사업 부문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 측에서 의료용 로봇 부문의 사업 확대를 위해 현대중공업 사업 일부를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는 거래금액은 크지 않지만 이번 딜을 통해 차후 양사가 더 발전된 형태의 사업교류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를 4개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새로 설립되는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정하고 존속법인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 등)과 신설사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 등 외에 기존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5개 자회사를 아래에 두는 형태다. 이 체제는 4월 3일 설립 등기 이후에 시작된다.
이 그룹사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배할 현대로보틱스는 로봇과 투자업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 지주사로 등극한다.
현대중공업은 분할되는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로 자회사 지분 요건 충족을 위해 재상장이 완료된 후 일정한 시점 이내에 분할존속회사 및 타 분할신설회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분 추가 취득 방법에 대해선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추가 주식 매수 등의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 요건 충족과 함께 내부적인 사업 재편도 고민하고 있다. 의료 로봇 매각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첨단 의료자동화기기의 의료패키지화 및 실증을 통한 산업 활성화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관련 제품은 보행재활로봇과 환자이동보조로봇, 종양치료로봇 등이다. 현대중공업은 아산병원 등 4개 치료기관에서 로봇을 이용한 환자 치료의 실증 작업을 2020년까지 진행하고 이후 제품을 단계적으로 해외 수출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그러나 산업용 로봇에 비해 이 사업부의 이윤창출 회임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판단을 최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는 로봇기업인 큐렉소를 2011년에 인수해 의료용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7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큐렉소는 인공관절용 수술 로봇에 관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과는 삼성서울병원과 진행한 공동 연구과제 등에서 협업하면서 서로의 수준을 가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는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큐렉소의 사업 정상화를 앞당기고 사업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 의료용 로봇 시장은 13조원에 달하는데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해 장기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큐렉소는 지난해 300억원 매출액을 냈지만 매출액보다 많은 4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종속기업제외로 인한 관련 중단이익이 반영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