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을 지키려다보니 야근의 빈도수가 예전보다 줄어 들었다"(A기업 관계자)
"우스개 섞인 이야기지만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라'는 책임자의 권고를 종종 듣게 된다"(B기업 관계자)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미 '예행연습'을 진행 중인 대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초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본격 시험 적용중인데 이어 SK하이닉스와 LG전자도 앞다퉈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올 하반기 예상대로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되고 이를 어기는 사례가 나올 경우, 대표이사가 고발되는 등 회사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바뀐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근무 중인 전직원들의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해 스스로의 주당 근무시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인사팀은 새 근태 시스템을 근거로 전 사업부의 팀장 또는 그룹장을 대상으로 팀원들의 근무시간을 보다 빠듯하게 관리,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3월부터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개편·적용할 예정이다. 건물 출입 시간은 물론 휴식시간도 전자기록하도록 해 근무시간을 정확히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일부 조직을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 시범운영을 전 사업본부로 확산 중에 있다. 시범운영이 확산되면서 근로자들의 생활에도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본인의 근무 시간을 수시로 확인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기 위해 자유롭게 오후 반휴나 금요일 대휴를 쓸 수 있게 됐다"며 "회사도 이를 권장하는 만큼, 과거와 달리 책임자의 눈치를 덜 보게 된 것 같고 그만큼 자기계발 시간도 확보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점심시간 이후에는 사무실에 임원들 외 일반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드물고 휴일에도 가급적 회사에 나오는 경우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각사 R&D(연구개발) 조직이다.
출시일에 임박해 개발진의 추가근무나 야근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한 주라도 52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현행 예고 법안 대신, 3개월 혹은 6개월 등 일정 기간을 설정해 평균 주당 근무시간을 따져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직종의 성격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다보면 회사로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법적용이 도입된다면 오히려 근로시간을 가장하려는 시도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