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국회의 직무유기가 변함없이 되풀이됐다"고 총평한 바 있다. 의원들의 준비는 물론, 전문성까지 부족한 탓에 여러 증인을 불러다 놓고 고성이나 호통만 난무했다는 평가다.
올해 역시 총수와 사장단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는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국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미 야당은 일부 기업인을 겨냥해 "종합 국감 때라도 끝까지 부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기업인들의 증인 채택은 국감의 이른바 '단골 메뉴'다. 만약 기업인이 나온다 한들 서너 시간 넘게 대기하다 고작 한 두마디 대답하고 돌아가는 게 전부다.
특정 기업의 이슈 관련 내용이나 해명을 듣기보다는 결국 정파 논리에 매몰돼 소모적 정쟁으로 흐르다 파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당장 국감 첫날인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만 봐도 그렇다.
김범수카카오이사회 의장이 증인으로 처음 출석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증인 채택 요구 등 소모적 정쟁에만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 질의를 이유로 이재용삼성전자부회장, 구광모LG회장, 최태원SK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했으나 모두 불출석했다. 평양정상회담 방북단에 포함됐다고 총수들을 한꺼번에 부르는 것은 정쟁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겉도는 일자리 정책, 부동산 대란 등 각종 경제 현안이 쌓여있다. 그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정확하게 따져보고 이를 보완해 국감의 본질을 살려야 한다. 전체 증인 중 기업인이 절반 가까이 되는 '기업인 국감'은 민생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