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베이징 시내에서 1시간여 차를 타고 가자 깔끔한 외관의 신축 공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경동나비엔이 중국 보일러 시장의 급성장에 대비해 짓고 있는 신공장이다. 공식 준공은 내달이지만 이미 완공단계로 지난 7월부터 시험 생산이 시작됐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80m 길이의 자동화 생산라인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립 후 두 차례의 자동 검사 단계를 거치면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오류까지 잡아낸다.
북경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국내 서탄공장의 최신 자동화 설비를 그대로 도입했다"면서 "열교환기 등 일부 핵심 부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4만8000㎡(1만4500평) 면적의 신공장이 올해 안에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구공장에서 연간 9만대 가량이던 중국내 생산 능력은 당장 연 30만대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2020년까지 증설을 통해 연 5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드 넘은 저력…석탄개조사업 6개 지역에 모두 납품
2017년은 경동나비엔의 중국 사업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석탄 난방 대신 가스보일러를 도입하는 석탄개조사업(메이가이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이 사업을 통해 380만 대의 가정용 가스보일러가 발주됐다. 2016년 중국 전체 보일러(벽걸이 기준) 판매 대수 221만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전체 보일러 판매 대수도 전년 대비 두배 이상인 550만 대로 급증했다. 세계 2위인 영국의 보일러 판매 대수 166만대의 3배를 넘는 규모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중국 정부가 발주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중국 토종 기업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까지 덮쳤다. 지난해 4월 베이징 퉁저우구에서 전국에서 첫 메이가이치 사업 입찰에 들어간 바로 직후 사드가 터진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콘덴싱 보일러로 쌓아온 기술력과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에 20년 이상 다져온 현지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
김용범 북경경동나비엔 동사장은 "기대를 못했는데 뜻밖에 납품업체 중 한곳으로 선정이 됐다"면서 "베이징시에서 콘덴싱 보일러를 원했고 중국 보일러 업체들이 아직 콘덴싱 보일러 기술이 부족했던 때문이었던 같다"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은 여세를 몰아 베이징 텐진 등 2개 도시와 허베이, 산시, 산둥, 허난 등 4개 성 등 지금까지 메이가이치 사업을 진행한 모든 지역에 납품 실적을 올렸다. 김 동사장은 "콘덴싱 보일러 위주로 발주를 낸 베이징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메이가이치 사업에 들어간 외국계 기업은 경동나비엔이 유일하다"면서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진출해 '관시' 등 중국 내 네트워크를 다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 내 9위…2022년 3위 간다
메이가이치 사업에 힙입어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중국내 보일러 판매량은 전년 5만대에서 14만대로 급증했다. 중국 토종기업들이 1~3위로 올라서는 등 업계가 '메이가이치'발 지각변동을 겪는 와중에서도 중국 시장내 9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측은 중국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메이가이치 사업은 천연가스 수급 요인 등으로 올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98만대 가량만 발주된다. 하지만 내년 말부터 시베리아를 통해 대규모 천연가스 도입이 시작되는 등 중국 내 천연가스 수급이 풀리고, 중국 정부의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환경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중국내 온수기 시장도 잠재력이 크다. 대부분 보일러와 온수기를 일체형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난방 기기와 별도로 온수기를 두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내 시장 규모도 1600만대로, 550만대인 보일러 시장보다 더 크다. 김 동사장은 "2020년 이후 중국 시장 내 50만대 생산과 2022년 중국 시장 내 3위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