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찾은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 전체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도 로이힐 광산은 매장량이 23억톤에 달해 단일 철광석 광산으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포스코가 안정적인 철광석 확보를 위해 지분을 투자한 곳이다.
광산 입구를 통과하자 온통 붉은색의 흙길이 나타났다. 이 지역의 토질은 대부분 철을 함유하고 있어 땅을 고른 곳은 온통 붉은색이다. 과거 탄광처럼 땅을 파고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광산운영회사인 로이힐 홀딩스가 이 광산을 한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인 드릴·로봇이 '척척'…스마트 마이닝 가속화=로이힐 광산에서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무인 드릴링 조종실이다. 광산엔 총 9개의 무인 드릴이 지난해 5월부터 작동하고 있다. 4명의 직원이 2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드릴을 1인당 모니터 8개로 본다. 직원들이 직접 조종실에서 드릴 작업속도 등을 조정하고 확인한다. 최근 대형 광산은 인력 채굴을 없애고 이같이 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마이닝’이다. 이는 광산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기기 장비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해 작업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로이힐 광산도 ‘스마트 마이닝’을 통해 광산 내 모든 요인을 최적 설계·관리하면서 원가절감과 개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배리 피츠제랄드 로이힐 홀딩스 CEO(최고경영자)는 “사람이 직접 드릴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10% 좋아졌다”면서 “내년부턴 광산에서 1200~1300km 떨어져 있는 퍼스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직접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광석 광맥은 보통 100m 이내다. 폭약을 설치하고 잔해를 처리한 후 철광석을 캐낸다. 굴착기가 땅을 파서 덤프트럭에 실으면 트럭이 컨베이어 벨트까지 나른다.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총 14.8km에 걸쳐 뻗어 있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플랜트로 옮겨진다.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컨베이어 벨트는 언뜻 보기에도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은 경관을 이룬다.
플랜트로 옮겨진 철광석 원석은 크기별로 분류하고 정해진 규격으로 몇 번의 분쇄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제품'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작위로 추출해 품질 검사를 다시 한다. 로봇이 검사를 담당한다.
완성된 철광석 제품은 로이힐 소유의 334㎞짜리 철도를 통해 호주 최대 항구(포트 헤들랜드)까지 이동된다. 열차 속도, 배 출항 시간 등도 철저하게 효율성을 따진다. 배리 CEO는 "로이힐 광산은 생산능력을 키우며 광산과 철도를 포함한 설비의 현대화에 투자했다"며 "다른 대형 광산과 비교해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미운오리'서 '백조'로 변신…2~3년 안에 배당=포스코의 로이힐 광산 투자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산재벌인 지나 라인하트 핸콕프로스펙팅 회장은 ‘로이힐 프로젝트’에 한국 철강사의 참여를 원했다. 일본, 중국 철강사와 비교해 사업 진행이 원활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포스코 역시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철광석 확보를 위해 2010년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톤당 철광석 가격이 150~160달러대에 달하던 시기였다.
투자 후 상황이 급변했다.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 등으로 2015년 국제 철광석 가격이 50달러대까지 급락하면서 포스코 투자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았다. 포스코의 판단은 달랐다. 철광석 가격이 하락해도 시세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시중에서 철광석을 사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이힐 광산 철광석은 철 함량이 61%으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원가경쟁이 치열한 철강시장에서 고품질 철광 확보 차원으로 로이힐 광산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로이힐 광산 철광석은 표준품질 철광석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힐 광산은 2015년 12월 10만톤 규모의 첫 선적에 나섰다. 지난 4월부턴 최종 목표치인 연간 5500만톤 생산 체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광산 수명기간은 약 27년이다. 최근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철광석 가격도 톤당 70달러대까지 올랐다. 포스코의 노림수는 적중한 셈이다. 원가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철강시장에서 최근 철광석 시장에서 고품질 광석에 대한 수요는 늘고 웃돈이 붙는다.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처도 다양해졌다. 경영실적 역시 크게 개선됐다. 2017년(2016년 7월~2017년 6월)과 2018년(2017년 7월~2018년 6월) 사업 연도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약 189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도 냈다. '애물단지'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한 로이힐 홀딩스는 배당도 검토 중이다. 한 소장은 "지금도 배당할 수 있지만, 철광석 가격 변동과 금융권의 보수적 시각에 맞춰 상환능력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안에는 배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