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家)의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한진가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네 아들 중 첫째 조양호 회장과 셋째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세상을 떠났고, 둘째 조남호 회장은 물려받은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었다.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만 건재한 상황이다.
네 형제는 2002년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차남 조남호 회장, 사남 조정호 회장은 큰 형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일삼이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장남과 삼남, 차남과 사남의 우애가 돈독하고 두 세력은 서로 앙숙과 다름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한진가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과정을 겪으면서 조양호 회장이 그룹 주력 업종인대한항공등 운송부문을, 조남호 회장이한진중공업과 건설을,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금융 등 금융 부문을 맡는 것으로 조율됐다.
삼남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 조양호 회장은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에서는 최 회장이 승리했지만, 한진해운이 급격하게 기울자 2013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 회장이 갖고 왔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다. 조중훈 회장이 세운 수송보국 기틀에서 ‘한진해운’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후 조 회장은 가족사로 인해 많은 수난을 겪었다. 딸들의 갑집 논란과 본인의 배임·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조 회장은 회사에 274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경영권에 위협을 가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이틀 뒤 조남호 회장도 형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지난달 29일, 한진중공업 이사회는 조남호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지 않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종료됐다. 조남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도 전액 감자돼 한진중공업은 조 회장의 손을 완전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