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근 대한전선 매각설을 수개월 만에 부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전선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문을 통해 "최대 주주인 IMM PE가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대한전선을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IMM PE는 대한전선 매각과 관련해 중국 업체와 어떠한 접촉이나 협의도 추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이 중국 업체의 매각설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전선은 우리나라 최초 전선회사로 1970년대 재계 서열 10위에 올랐으나 2000년대 초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2015년 IMM PE가 대한전선을 인수한 후 부실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에 매진해 경영정상화 발판을 다져왔다.
자본시장에서는 대한전선 매각이 무르익었다는 조짐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IMM PE는 지난해 5월 대한전선 지분 2500만주(2.9%)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460억원을 회수했고, 지난달 18일에도 지분 5000만주(5.84%)를 블록딜해 475억원을 가져갔다.
특히 중국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500kV급 초고압 케이블 제조 기술을 보유한 대한전선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면서 업계 내 위기감이 팽배했다.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회사 측은 수개월째 이어진 매각설에 적극적 방어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IMM PE 관계자는 "(부정확한)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임직원들이 불안해한다"며 "영업에도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나서서 매각 진행 자체를 부인한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해석이 많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매각 작업을 안 하고 있고, 당연히 언젠가는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한 특단의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액정표시장치(LCD) 굴기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한국으로서는 중국 업체로의 기술유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이 중국 업체로부터 인수 의향서를 전달받는 수준의 초기적인 접촉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확인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동원해 제도를 만드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우리 기술의 유출 및 침해 행위에 대한 규제를 무기로 사실상 사기업 간 인수에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한전선도 이러한 정부 입장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매각 작업이 당분간 표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어 해외 쪽을 타진했을 것"이라며 "IMM PE로서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만들어놓은 올해 상반기 중 엑시트하는 것이 최상인데 2~3%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업체에 1조원 몸값을 지불할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