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투쟁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회사에 다니지 않는 해고자나 실업자까지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한 대기업 관계자는 30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입법안을 발표하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안대로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노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강화되기 때문에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노조 파업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게현대자동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10년간 430회가 넘는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52만9000대 생산 차질과 9조7000억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경제단체는 정부 입법안에 대해 "국내 노사관계 특수성과 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데다 그간 요구해온 제도개선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일제히 반대했다.
경총은 "국가적 차원에서 노사간 입장이 균형되게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노사를 포함해 국민 각계각층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선진화된 입법안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등도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며 "향후 정부 입법과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 입장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정부 입법안은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권리를 확대하거나 이미 안착된 제도를 뒤흔드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노조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정부가 선(先) 법개정, 후(後) 비준 입장을 바꿔 비준안 동의와 법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노사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간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진국과 경쟁국처럼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과 부당노동행위시 형사처벌 규정 폐지 등 경영계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안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생산성과 연동되지 않는 무리한 요구, 해고자 복직 투쟁, 정치적 장외 활동, 불법점거, 물리적 강압 등의 노동운동 관행과 결합돼 더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